학교가 끝난 토요일 오후, 동생과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갑니다.
할머니 댁에 가면 할아버지께서 숨겨놓은 과자 창고가 있거든요.
전 버스에 탈 때부터 할아버지 과자 창고 습격 할 계획을 세우죠.
팁이 있다면 할아버지께서 노여워하지 않을 정도로만 집어 먹어야 해요.
너무 많이 먹으면 티 나고 그럼 할아버지께 혼나거든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혼나요.
우리 할아버지 과자 욕심 있으신 편인데 하필이면 전 그 할아버지 닮았으니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솔직히 억울한 면도 있어요.
근데 어쩌겠어요... 엄마가 여기 있으라 했으니까. 할아버지 과자 조금만 먹고 말 잘 들어야 해요.
동생은 만화영화 볼 생각에 신나 합니다.
할머니 댁은 티브이가 두 대라서 할아버지가 안 쓰시는 티브이를 저희가 독점할 수 있거든요.
집에서도 맨날 보는 티브이지만 할머니 댁에서 보면 또 달라요.
왠지 더 뒹굴거리게 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사촌들도 와서 같이 놀면 정말 재밌는 토요일이 됩니다.
할머니는 이런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도 주시고, 장난도 쳐주시고,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알려주시고, 말려 놓은 고추 거두러 가서 해가 얼마나 빨리 지는지도 같이 봐주시고,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법도 알려주시고, 배추 소금에 절이는 방법도 알려주시고, 음식 담으면 꼭 참기름과 깨를 뿌려야 한다고 가르쳐주시고, 잠자리에 누워 엄마 어릴 적 이야기도 해주시죠.
그렇게 할머니 이야기 듣다가 잠들면 되는 거죠.
근데 할머니가 불 끄고 나가시고 나면, 갑자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져요.
분명 할머니가 넘치는 사랑을 꽉 채워 주셨는데도... 전 뭔가 그게 아니에요.
할아버지께 혼난 것도 생각해 보니 괜히 더 서럽게 느껴지고, 할머니가 엄마처럼 옆에 계셔주시지 않는 것도 어색해요.
급기야 눈물까지 나려고 해요.
되려 동생이 절 위로하며 말해요.
"언니, 정신 차려!! 내일이면 엄마 보잖아."
왜 오늘은 안 되는 걸까?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할머니 집 탈출 계획을 세워봅니다.
내일 아침 일찍 할머니보다 빨리 일어나서 이불 개워놓고 집까지 걸어가자.
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집에 도착해서 엄마를 놀라게 해 주자.
"너도 같이 갈래? 엄마 안 보고 싶어?"
어린 동생은 별 수가 없죠. 제 계획에 동참합니다.
자 그럼 빨리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는 거야 알았지?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