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피 Feb 14. 2023

8. 탈출 시도...!!!


사실 할머니집 탈출 계획을 세운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근데 번번이 실패였죠. 눈 떠보면 점심 먹을 시간이었거든요.


이번엔 반드시 성공하겠다 결심했어요. 생각을 하면서 잠들면 그대로 된다고 그랬는데, 엄마 말이 맞았어요.


눈이 저절로 떠졌고, 아직 어두운 새벽이었죠.


조용히 동생을 깨웠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어나시기 전이니까 최대한 조용히 하라고 했죠.


옷 갈아입으면 소리가 날까 봐 내복 위에 그대로 외투를 걸치고, 이불을 간단히 정리해 두고, 까치발로 조용히 할머니 댁을 빠져나옵니다.



일요일 새벽은 생각보다 추웠어요.


양말 신고 나오는 걸 깜박했어요.


우리가 왜 집까지 걸어간다 생각했는지 아세요? 사실, 새벽에 버스가 다니는 줄 몰랐어요.


그렇다면 계획 수정. 우리 버스 타고 가야겠다. 그렇지?


동생은 공짜인데 저는 버스비를 내야 하죠.


문제없어요. 어제 할아버지 아이스크림 심부름하고 남은 잔돈을 용돈으로 받았거든요.


할아버지 과자 그만 뺏어먹고 집에 가라는 뜻으로 미리 주신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흥!!!


날이 밝아 올 즈음 우리 동네에 도착했어요.


무서움은 사라졌고 전속력으로 집을 향해 달려갑니다.


엄마가 있을 우리 집에요!



엄마가 깰까 봐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불이 다 꺼져있네요.


당연하죠 엄마는 주무실 테니까.


조용히 엄마 방으로 들어가 봅니다.


엄마 방으로 살금살금...


엄마 침대로 살금살금...


엇?


엄마 침대 위에 엄마가 없다....!!!!


그럼 우리 집에 아무도 없는 거야?


또 우리 둘이 컴컴한 집에 불 켜고 들어온 거야?


순식간에 까만 무서움이 등을 스치고 갔어요.


양말을 안 신어서 그런 건지 내복만 입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너무 추워졌어요.


할머니집에 있을 걸. 모른 척 늦잠 잘걸. 이제 어쩌지?


그렇게 가고 싶었던 우리 집이 낯설게 느껴지기는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도대체 우리 엄마... 어디 간 거지?

이전 07화 7. 토요일은 할머니 댁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