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피 Feb 14. 2023

7. 토요일은 할머니 댁에서


학교가 끝난 토요일 오후, 동생과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갑니다.


할머니 댁에 가면 할아버지께서 숨겨놓은 과자 창고가 있거든요.


전 버스에 탈 때부터 할아버지 과자 창고 습격 할 계획을 세우죠.


팁이 있다면 할아버지께서 노여워하지 않을 정도로만 집어 먹어야 해요.


너무 많이 먹으면 티 나고 그럼 할아버지께 혼나거든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혼나요.


우리 할아버지 과자 욕심 있으신 편인데 하필이면 전 그 할아버지 닮았으니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솔직히 억울한 면도 있어요.


근데 어쩌겠어요... 엄마가 여기 있으라 했으니까. 할아버지 과자 조금만 먹고 말 잘 들어야 해요.




동생은 만화영화 볼 생각에 신나 합니다.


할머니 댁은 티브이가 두 대라서 할아버지가 안 쓰시는 티브이를 저희가 독점할 수 있거든요.


집에서도 맨날 보는 티브이지만 할머니 댁에서 보면 또 달라요.


왠지 더 뒹굴거리게 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사촌들도 와서 같이 놀면 정말 재밌는 토요일이 됩니다.


할머니는 이런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도 주시고, 장난도 쳐주시고,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알려주시고, 말려 놓은 고추 거두러 가서 해가 얼마나 빨리 지는지도 같이 봐주시고,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법도 알려주시고, 배추 소금에 절이는 방법도 알려주시고, 음식 담으면 꼭 참기름과 깨를 뿌려야 한다고 가르쳐주시고, 잠자리에 누워 엄마 어릴 적 이야기도 해주시죠.


그렇게 할머니 이야기 듣다가 잠들면 되는 거죠.



근데 할머니가 불 끄고 나가시고 나면, 갑자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져요.


분명 할머니가 넘치는 사랑을 꽉 채워 주셨는데도... 전 뭔가 그게 아니에요.


할아버지께 혼난 것도 생각해 보니 괜히 더 서럽게 느껴지고, 할머니가 엄마처럼 옆에 계셔주시지 않는 것도 어색해요.


급기야 눈물까지 나려고 해요.


되려 동생이 절 위로하며 말해요.


"언니, 정신 차려!! 내일이면 엄마 보잖아."


왜 오늘은 안 되는 걸까?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할머니 집 탈출 계획을 세워봅니다.


내일 아침 일찍 할머니보다 빨리 일어나서 이불 개워놓고 집까지 걸어가자.


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집에 도착해서 엄마를 놀라게 해 주자.


"너도 같이 갈래? 엄마 안 보고 싶어?"


어린 동생은 별 수가 없죠. 제 계획에 동참합니다.


자 그럼 빨리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는 거야 알았지?


약속!!


이전 06화 6. 엄마의 퇴근을 환영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