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강의 제작을 마음먹은 것이 여름이었는데 최근 마지막 영상을 찍고 나니 겨울인 것을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 것 같다. 상반기에 오프라인으로 개인대 개인 혹은 타 회사에 출강을 나가면서 만들었던 교안이 쌓이면서 어느 정도 진행하는 순서가 자리 잡아 이걸 그대로 온라인으로 올리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강의 제작이었다.
이미 교육은 오프라인에서 진행해 보았고, SQL을 전혀 모르던 바닥에서 몇 주 뒤에 쿼리를 회사에서 날리고 계시는 분들을 직접 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진행하던 수업이 있으니 그냥 현장에서 하던 대로 녹음해서 올리면 되는 거 아닐까?" 이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내가 온라인으로 강의를 옮기려고 진행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학습자님들이 눈 앞에 보이지 않아 활발한 피드백이 일어나지 않는다.
- 진행 중 그때그때 질문이 있을 때마다 바로 궁금한 부분을 설명드리고 해결할 수 있었던 대면 방식의 강의와는 다르게, 온라인 강의는 수업을 듣고 계신 분들이 전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활발한 피드백이 오고 가는 환경이 아니라, 일방향으로 지식의 전달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의 대면방식에서 준비했던 교안들이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그때그때 학습자님들이 질문을 주신 덕분에 부족한 부분들을 메워왔구나 하는 부분들이 보였던 것 같다. 이러한 부분들이 보일 때마다 채워 넣으려 했지만 결국 질문이라는 게 꼬리에 꼬리를 물 때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끊어야만 했다. 테크 관련한 수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제는 배경지식 없이 너무 많은 개념을 한 번에 전달하려다 보니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실제로 지금 대학가에서 한창 진행 중인 비대면 방식 강의의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강의자의 피드백 부족을 꼽는다고 한다. 온라인 교육 채널이 가지는 장점도 많지만, 이런 부분이 어려운 점 중 하나이기도 한 것 같다.
-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부분적으로는 슬랙(Slack)을 활용하여 대학의 Office Hour 같은 문의 채널과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운영을 해보기로 하였다. 네이버 카페 등도 채널로 자주 쓰이는 것 같던데,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패스!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채널 선택 고민
- 처음에는 그냥 유튜브에 올려서 직접 전달하는 형태를 생각했는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서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보였다. 강의 영상이 약 5~10분 단위로 30개가 넘어가게 되면서 이전까지 진행했던 부분들을 체크할 수가 없어 끊어서 들을 때마다 마지막에 수강했던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동기부여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수강 진행률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 결국 이 부분은, 이미 형성되어있는 플랫폼의 힘을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직접 홈페이지를 개발하여 강의를 제공하는(..) 어마어마한 능력자 분들도 계셨고, 혹은 이미 유명한 사람들을 모아두었거나 비공개 방식으로 모집하는 플랫폼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채널들이었다. 여러 채널을 찾아보며, 나와 같은 개인이 강의를 올리기에는 인프런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여 결정하였다.
지식공유를 신청하면 친절하게 메일을 보내주신다.(MD님 성함은 혹시 몰라 삭제)
- 강의 제작을 A-Z 혼자 진행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떨어질 때도 있고 그래서 한동안 중단을 하게되는 경우도 있는데, 중간중간 응원도 해주시고 여러 가지 제작에 필요한 정보들을 주신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큰 힘이 된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플랫폼이기 때문에 수수료 베이스로 운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부분의 플랫폼의 수익배분율을 비교해보았을 때 가장 지식 공유자를 배려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편집과 영상의 퀄리티를 관리하기
- 이 부분이 사실 가장 시간을 많이 쓴 부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영상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질에 화이트 노이즈를 제거하는 방법이라던지, 녹화를 하다가 말이 꼬여 다시 녹화를 하면서 영상을 자르고 붙이는 편집 과정이라던지에 익숙해지는 데에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심지어 처음에는 녹음도 노트북 내에 내장되어있는 기본 마이크와 맥에 있는 기본 앱을 활용하여 영상을 찍었는데, 신나게 영상을 찍어내던 와중에 인프런 담당 MD님께서 "앗 이거 화이트 노이즈 제거하셔야 해요!"라고 알려주셔서 알았다. 그래서 그제야 따로 방송용 마이크를 구입하고 화이트 노이즈 제거하는 방법을 찾았고 그전까지 찍었던 영상을 새로 다 찍어야만 했었다. (덕분에 강의 영상의 내용은 초기 버전보다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 만약 과거에 영상을 찍기 시작하던 나에게 한 마디만 남길 수 있다면? "장비는 배신하지 않으니 장비와 환경에 투자"를 하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촬영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앱들. ScreenFlow9은 특히 추천하고 싶다.
영상을 찍어놓는 것이 끝이 아니다
- 영상을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최근에 다 찍고 하나하나 다시 보다 보니 "아 이건 이렇게 설명할걸", "아 이건 이렇게 더 보완하면 좀 더 쉬울 텐데" 하는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 영상을 그대로 찍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아이폰이 버전을 하나씩 올려가듯, 영상도 버전을 올려가며 더 좋은 강의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란 걸 한 바퀴를 돌고 나서야 깨닫는다.
- 영상을 추가하는 작업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회신을 받았으니, 피드백을 통해 영상을 보완해나가고 이 브런치를 통해 업데이트 기록을 계속 해봐야겠다.
인프런에서 SQL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 링크에도 한번 오셔서 SQL 강의를 확인해보세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강의 구경하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