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한국어로 대화할 때 훨씬 더 다정했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일하며 갈고닦은 그녀의 영어는 내게 너무 이성적이었다. 그래서 둘이 있을 때에도 영어로 이야기하자는 그녀의 말에 주저했다. 미국에서 생활하게 되었으니 영어 실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나는 더욱 알콩달콩한 신혼이고 싶었다. 언어 실력을 키우려면 해당 언어에 많이 노출되는 게 최고라는 건 나도 알지. 그래서 만학도가 된 나의 영어는 더디 늘었고, 미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아내의 영어는 조금 퇴보하는 듯했다.
"남편, 나 영어 실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집에 외국인 남자 하나 들일까? 어떻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