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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Mar 18. 2022

모닝커피

Sep. 7, 2019

나는 아침마다 아내와 내가 마실 커피를 내렸다. 대략적인 과정은 이러하다.


스토브 위에 주전자를 얹고, 원두를 코셔소금만한 굵기로 갈아 하리오 드립 필터 위에 얹는다. 물이 한소끔 끓으면 아일랜드 위에 놓인 주둥이 좁은 칼리타 주전자에 옮겨 붓는다. 투명한 서버 안에 큼직한 얼음을 여러 개 담고 드립퍼를 그 위에 얹는다.


드립 필터에 소복이 쌓인 원두 위로 가느다란 물줄기를 조금 부어 적신다. 커피가 오븐 속 빵마냥 봉긋하게 솟아오른다. 부푼 원두 한가운데가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하면, 여전히 가는 물줄기를 천천히, 가능한 천천히 그리고 촘촘하게 원 모양으로 그리며 부어 나간다. 안에서 바깥으로, 신중하게.


뾰족한 드립 필터 끝에서 커피가 흘려내려 얼음 위로 스민다. 얼음은 사락 소리를 내며 커피를 위해 공간을 내어주기 시작한다. 1차 추출, 드립퍼 위로 솟아오른 커피의 수위가 점점 낮아진다. 2차 추출, 여전히 가는 물줄기를 조금 더 빠르게 돌려준다. 안에서 바깥으로, 빠르지만 신중하게. 1차 추출의 절반 정도의 양만. 3차 추출, 2차 추출과 마찬가지로 물을 가늘고 빠르게, 하지만 아주 조금만.


컵 위의 드립퍼를 떼어낸다. 티스푼으로 컵 안을 저어 커피를 고루 섞는다. 어느새 주방과 거실에 천도복숭아 같은 과일향이 번진다.




하지만 커피를 준비할 시간이 없을 때에는 근처 스타벅스에 들른다. 매번 오롯이 핸드드립이나 라테만 마시던 우리는 다양한 메뉴를 앞에 두고 고민한다. 계절이 바뀌며 새로운 음료라도 나온 날에는 그 고민이 조금 더 길어지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긴 했나 봐. 새로운 메뉴들 많이 나왔네!!"
"그렇네~ 여보는 뭐 마실래?"
"음... 나는 플랫화이트. 남편은?"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래 봤자 고르는 메뉴는 거기서 거기지만. 신메뉴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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