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서로에게 맛있는 걸 사줬다. 매일 된장찌개에 오뎅볶음만 먹일 수는 없지. 간단히 차려먹는 식사는 끼니로서의 기능은 하지만, 가끔 우아한 식사를 하고 싶은 때 레스토랑에서의 칼질은 우리 영혼에 대한 존중이었고, 시래기 들어간 국밥을 하고 싶은 내게 순댓국 한 사발은 바지런한 한 주의 끝을 축하하고 위로하는 성찬이었다.
오랜만에 호텔 한 켠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에서 좋은 코스 요리에 와인을 곁들였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에 산미 적당한 와인의 페어링이 절묘해 더욱 기분 좋은 한 끼. 아내의 취향을 존중하며 나의 영혼까지 달래준 한 끼. 내 샐러드에서 머리카락이 나와 매니저의 정중한 사과까지 받아 더욱 기억나는 한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