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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Mar 25. 2022

주말의 라면

Sep. 18, 2019

나는 반주를 좋아한다. 밥 먹을 때 잘 어울리는 술을 몇 잔 곁들이는 식이다. 매일 마시는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식탁에 올라왔을 때 반주를 더하기 때문에, 그런 때에는 평소보다 식사량이 많고 술은 연이어 입으로 들어간다. 주량이 세지 않은 나는 빠르게 마시고 빠르게 취한다. 그리곤 일찍 쓰러진다.


아내는 기본적으로 와인을 좋아한다. 천천히 음미하고 천천히 취한다. 주량이 약하지 않은 아내는 취기가 오르면 발동이 걸린다. 내 간이 그만 마시라고 신호를 줄 때쯤 아내는 절정을 향해 간다.  맛 좋은 와인이라도 걸리면 혼자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며 한 병을 다 비운다. 그래서 뒤늦게 잠들고 느지막이 깬다.


다음날 더 힘들어하는 건 아내다. 가끔 오후까지 숙취로 고생하기도 한다. 그런 날은 해장 거리가 고민이다. 한 번은 전날 과음으로 온종일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집에 있는 채소를 모아 채수를 내고, 스프를 반 덜어내고 그 양만큼 고춧가루를 넣은 라면으로 얼렁뚱땅 짬뽕을 끓였다. 별 거 아닌 이 라면이 해장에 직방일 줄이야. 가끔 주말에 라면을 끓이는 이유다.


"부인, 먹으니 속 좀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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