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목적은 'writing retreat'이었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일에만 몰두하자는 목적으로, 우리는 식사 시간 사이에 각자의 작업을 했다. 아내는 연구 중이던 논문을 정리하고, 나는 다음 주에 새로 시작하는 수업을 준비했다. 아내는 동료들과 이런 여행을 종종 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김훈 작가가 교토의 깊은 산속에 들어가 한 달간 글을 쓴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시간의 효율이 중요한 여행이라, 아침과 점심은 미리 사다 놓은 샌드위치나 빵에 커피 한 잔을 곁들이거나 근처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해결했다.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아내는 밀린 작업을 끝내고, 나도 어려운 공부를 상당 부분 끝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하루를 열심히 보낸 보상도 필요했다. 그래서 저녁 시간에는 주변 해변가도 걷고, 석양을 바라보고, 근처 바에서 칵테일도 마셨다. 혹은 와인과 제철 과일을 사다가 키득키득 웃으며 볼 만한 드라마 한 편 곁들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지. 이런 정도의 일정이라면, 'writing retreat' 여행도 언제든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