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버님이 되어버린 내가 가끔은 낯설다
군대를 갔다 온 복학생 시절.
이상하게 그 때는 누가 "아저씨" 라고 불러 주면 기분이 좋곤 했다. 아, 나도 이제 어른처럼 보이나 보다 그런 생각을 했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1,2학년 때에는 영낙없이 "어이~ 학생"이 나를 대표하는 세상의 인식이었으니 말이다. "어이~ 학생"을 참 오래도 달고 다녔다. 앞에 "어이"가 빠진 올곶은 아저씨로 조금씩 외모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곤 그 아저씨라는 명칭은 꽤 오래 나를 대변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복학생을 지나 직장에 들어가서도. 직장 초년생을 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가지고 나서도. 회사에서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되어서도 나는 아저씨였다.
그런데 어느샌가 더 이상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는다.
옷가게를 가던, 마트에 가던, 식당에 가던 이제 젊은 종업원들은 더 이상 나를 아저씨 취급하지 않는다. 아저씨는 그러니까 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인가 보다. 이제는 나를 "아버님"이라고 부른다. 하긴 뭐 우리 아들 딸이 벌써 스물셋, 스물하나이니 말이다.
남의 아버지를 높여서 "아버님"이라고 부르라고 배운다.
그렇다고 남의 아버지를 "아버지"하고 부를 수는 없으니 말이다. 더더구나 아빠라고는 못하지 말이다. 그래도 이 "아버님"이라는 호칭은 좀 그렇다. 내가 벌써 아저씨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존경스러워 진 걸까? 아직 결혼 못한 내 대학 동창은 요즘 이 아버님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아마 마트에 가기도 꺼려질 것 같다. 아저씨가 그립다. 누가 날 아저씨라고 좀 불러주면 안될까?
"아버님"에 이어 또 하나 듣기 낯설은 호칭이 있다.
"사장님"이다. 우리 어린 시절, 길가다 "사장님!"하고 부르면 아저씨 열에 아홉은 뒤를 돌아본다고 했었다. 그 때는 참 사장님이 많았다는 거다. 지금도 물론 사장님이 많아졌다. 자영업자는 다 사장님이니까 말이다. 우리 동네 필라테스 입구의 화환에는 아직도 축하문구가 걸려있다. "사장 될 줄 알았으면 잘해 줄껄 - 삼촌" 그 사장을 나는 오십이 넘도록 못해보고 있다. 그런데 택시를 타면 이 "아버님"이 "사장님"으로 변신을 한다. 부동산에 가면 두말하면 잔소리다.
나도 오빠라는 소리 들은 적 있었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렇지.
아저씨에서 아버님으로 어느샌가 변해버린 대한민국의 오십대 아재. 근력은 자꾸 약해지고, 몸 어딘가는 조금씩 A/S를 받기 시작하는 나이.
60대 형님들이 한 마디 한다. 뭔소리여! 50대 때는 정말 젊은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