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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생각 Aug 19. 2021

어? 혼밥의 반대말은 뭐지

26년차 직장인 혼밥을 즐기다

요즘 혼밥이 대세다. 


직장생활 25년마치고 26년차 고참인 나도 혼밥을 이제 은근히 즐긴다. 엄청 즐긴다기 보다는 이제 편안히 혼자밥먹는 것에 익숙해 졌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가 막 시작할 즈음, 회사내 확진자가 아마도 1~2명 발생하고 난 뒤였던 것 같다. 지하식당의 배치를 모두 바꾸었다. 지하 1,2층에 이어져 있던 모든 테이블을 1인 테이블로 바꾸었다. 기존 4인 테이블도 그냥 한사람이 앉도록 의자를 하나 두었고, 모두 한쪽 방향만을 보게 테이블의 방향을 놓았다. 넓은 4인~6인 식탁에서 동료 3~4명과 항상 함께 식사를 하던 고참 부장인 나에게 이런 점심식사의 변화는 어찌 보면 충격과 위기였다. 


대기업이다 보니 전사 게시판을 통해, 또한 방송을 통해 금새 이 소식은 전해졌고, 우리는 곧 적응해 갔다. 테이크아웃 코너를 추가하여, 몇개의 메뉴는 식당에서 포장해서 자기의 책상에서 먹을 수도 있게 했다. 사실 이건 아직 안 해 봤다. 몇몇 여사원들은 이게 더 편한지 포장한 메뉴를 자리에서 간단히 먹고 유투브를 본다. 근데 나는 아직도 책상은 책상이고 밥상은 밥상이라는 고지식한 인식을 바꿀 수 없나보다. 음...


지난 25년간의 점심식사 문화를 돌이켜 본다. 


신입사원시절. 기억이 나는 건 토요일 점심이었다. 그때는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하던 시절이었다. 토요일 점심에 우리 팀 전원은 늘 근처 짜장면집을 갔다. 팀장님과 고참 서너분이 앞장서시고, 대리님과 신입사원인 나는 뒤를 졸졸 따라간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며 한 주일의 피로를 씻어내렸던 것 같다. 토요일 짜장면을 먹고 드디어 나는 한주일의 업무에서 해방이 된다.


8월 어느날 회사식당 혼밥. 더덕비빔밥


대리시절때는 점심은 보통 후배사원들하고 지하식당에서 삼삼오오 먹은 것 같다. 지금처럼 메뉴가 많지 않았던 때다. 기억하기론 A,B,C 세가지였다. C 메뉴는 보통 양식이라고 해서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뭐 이런게 나왔던 것 같다. 지하1층 한 층밖에 쓰질 않던 때라 서넛이 메뉴를 받아 들고는 자리를 잡기 바빴다. 먼저 간 사람이 자리 잡고 손을 흔든다! 여기요 ~ 대리님. 같이 간 네명이 앉을 자리가 확보되지 않으면, 둘둘 쪼개져 식사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혼자 식사는 상상을 못해봤다. 2000년 초의 풍경이다.


지역전문가를 북경으로 갈 때 나는 드디어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혼밥이란 걸 경험해 본다. 어쩔 수 없었다. 지역전문가라는 것이 단신으로 1년간 해외 어느 나라에 파견되는 것이기에, 당연히 혼자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혼밥은 사실 직장에서의 점심 혼밥과는 다른 개념이다. 직장에서의 혼밥은 옆에 동료가 있는데 나 혼자 식사하는 것이고, 이 지역전문가의 혼밥은 그냥 놀러가서 혼자 샌드위치로 잠깐 때우는 그런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도, 나는 동료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또 여행갈 때는 꼭 단짝 후배를 하나 또는 여럿 데리고 다녀 가급적 혼밥에서 벗어나는 생활을 했다.


중국 주재원을 할 때는 혼밥은 상상을 한 적이 없다.

아마도 6년 동안 한번도 혼자 밥먹은 기억이 없다. 물론 주말에 혼자 라면 끓여 먹은 적은 있지만, 그건 사실 혼밥의 정의하곤 약간 다른 것 아닐까 생각한다. 평일에는 늘 법인장님, 동료들, 출장가서 고객들과 점심, 저녁을 한 기억이다. 해외에 있다보니, 출장자도 많았다. 쉴새없이 오는 한국에서의 출장자들을 모시고 점심, 저녁을 챙겨준다. 지나고보면 그 6년 동안 나는 평생 먹어봐야 할 산해진미는 다 경험한 듯 하다. 


한국에 돌아온 2016년 이후. 그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정년이 60세로 바뀌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발효되었다. 갑질 못하게 하는 여러 법안들이 시행되었다. 어쩌다보니, 코로나가 전세계를 급습하여 2년째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중 나에게 가장 큰 회사생활의 변화는 바로 혼밥과 회식의 종말이다. 23~4년간 익숙했던 그 식사문화에서 갑자기 예고도 없이 멀어지고 있다.


딸에게 물어본다. "혼밥 반대말이 뭐야?" 모른다. 나도 모르겠다. 혼밥이 혼자 밥먹는 거고, 혼술이 혼자 술먹는 것이라는 새로운 신조어인줄 알겠는데... 그럼 원래 이것들의 반대말은 뭐였지? 세상에는 늘 반대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라는 아주 당연한 생각을 해 본다. 누군가는 회식이라고, 어디에서는 함밥이라고 억지로 만들 말을 얘기한다. 같이 먹는다고 가치밥이라는 얘기도 있다. 헉! 원래 식사는 같이 하는 거라 혼밥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가, 식당에서 혼자 밥먹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혼밥이 생긴 거다. 이제 코로나가 종식되고 같이 밥먹는 행위가 다시 일상이 되면, 혼밥에 반대되는 표현이 그 때쯤 생기지 않을까?   

재미로 하는 혼밥레벨 테스트


혼밥에도 레벨이 있다 한다. 근데, 이거 단계별은 아닌 듯 하다. 테스트 해 보니, 나는 레벨8이다.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아도 아마도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그런 레벨의 어려움이 중년아재에게는 별로 어려운게 아닌가 보다.


혼밥의 진짜 반대말은 뭘까? 

아니. 이제 조금 후에 다시 나타나게 될 밥먹기 트렌드는 무엇일까 궁금해 본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혼밥을 하러 지하 사내 식당엘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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