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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생각 Aug 19. 2021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과거의 아버지로 부터 배운 현재의 아버지가 미래의 아버지들에게


제목 그대로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무얼까? 인생 오십 넘어 살다 보니, 공자께서 말씀하신 지천명(知天命)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착각하며 살기 일쑤다. 하기사 자기만의 세상에서는 그 이치를 다들 깨달을 정도는 되긴 될 것이다. 오십 정도 넘으면 어떤 상황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석의 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가끔은 그게 아전인수가 되기도 하고, 고집불통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삶에서 (아직 더 살아가야 하겠지만) 가장 어려운 걸 꼽자면 나는 '자녀교육' 인 것 같다.

교육이라는 말이 다소 딱딱한 뉘앙스라 고쳐 보자면, 음... 자녀와의 올바른 관계, 올바른 부모 (아버지)가 되기 뭐 이런 것이다.


아내나 엄마로서의 자녀와의 올바른 관계는 그리 어려운 건 아닌 듯 하다. 

딸과는 친구같고, 아들녀석과는 좀 무뚝뚝하긴 하나 그래도 엄마로서의 역할이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아버지로서이다. 아버지로서의 '자녀와의 올바른 관계 정립'이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날이 갈수록 살면 살수록 더느낀다. 자녀들이 중고등학교를 지날 때는 그저 윽박지르거나 회사일 바쁘다고 신경한번 안쓰고 살았던 것이 이제야 후회가 된다. 자녀들이 대학을 들어가고, 스무살이 넘어 어엿한 성인이 되고 나서 이제 성인과 성인으로서의 관계 정립을 해야 하는데, 이게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성인이 된 자녀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궁금도 하고, 또 잘 지내보고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밥먹다 말고, 너 앞으로 무슨 계획을 갖고 사냐? 데힉 졸업하면 뭐할꺼냐? 요즘 어떤 거에 집중하면서 생활하냐? 뭐 이런 밥맛 떨어지는 질문을 할 수도 없다. 한다고 답을 해 줄 애들도 아니다. 이런 거는거의 밥먹다 말고 우리 헤어져 하는 개그 수준일 게다. 애들 입장에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밥상머리에서는 해선 안된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는게 더욱 문제다.



그럼 어떡하나?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그냥 꿍하고 밖으로 자전거나 타러 다녀야 할까?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이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회사에서 동료나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렇다고 어디 이걸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우니, 무슨 매뉴얼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다들 부모의 부모의 부모의 부모로부터 전해내려 온 가풍에 따라 그냥 내키는 대로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영위하다 부모의 부모의 부모의 부모들처럼 이 세상을 떠나면 되는 것일까?


오십이 넘은 나에게 현재 가장 어려운 것. 그리고 반드시 잘 하고 싶은 것. 

그것은 바로 '자녀와의 온전한 관계 회복'이다. 또한 이 것을 하기 위해 하루하루 나만의 일기장에 그날의 노력한 것을 적어내려 가고 있다. 언젠가 , 아닌 조금씩 나는 자녀들과 가까워지고 있고 또한 그 과정과 노하우를 이 시대의 많은 아버지들에게 공유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이여, 자녀교육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재테크하고,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히 새로운 일 배우고, 자기만의 전문분야 쌓고, 골프 타수 줄이려고 매일 한시간씩 연습하는 것 보다, 인생에서 더욱 중요하고 배워야 할 것이 '올바른 아버지 되기'라는 걸 조금이라도 일찍 깨닫게 되기를 소망한다.


과거의 아버지로부터 배운 현재의 아버지가 미래의 아버지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다. 


인생 그렇게 살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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