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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엘 Mar 25. 2024

프랑스인+태권도 선수+사진작가=한국을 담(닮)다

#박로랑 #태권도 #사진작가

손기정 (마라톤) 선수와 베르사유 궁전에 들어갈 땐 날씨가 좋았는데 구경 끝나고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어요. 자동차가 멀리 있어서 러닝 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때 이 사진을 찍은 거예요.




50년 넘게 한국과 한국인을 카메라에 담아 온 프랑스 사진작가.


한국과 인연이 깊은 특이한 이력의 프랑스인. 

한국인보다 한국적인 한국을 잘 알고 있던 나의 아저씨. 



13년 만에 그의 집을 찾았다.



Q. 어떤 요리하시는 거예요?

A. 로랑 요리


로랑, 박로랑!


그의 한국이름.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969년  파리에서 시위가 있었어요. 그때 미국에서 온 한국 사람이 친구들을 내게 소개해 줬어요. 그다음 해에 태권도 사범 이관용 씨를 만났어요.


그때 내 열여덟 살이었다.

우연히 미국에서 온 한국 사람을 만나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백과사전을 뒤적였다. 그는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얼마 후 유도를 하는 친구들이 뭔가 다르게 훈련을 하는 한국인이 있다며 나를 도장으로 초대했다. 이관용 사범이었다. 단박에 매료된 나는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첫걸음이 나를 이토록 오랫동안 멀리 인도할 줄은 전혀 몰랐다.


사진마다 날짜가 기록되어 있어요. 이건 뮌헨 올림픽 때 찍었어요. 태권도 사범(이관용 님)하고 친구예요. 이분은 이태리에서 태권도를 가르쳤어요. 이건 서울에서 열린 태권도 선수권 대회 때 찍은 사진. 1998년도까지 태권도 삼십 년 동안 찍은 사진들이 여기 담겨 있어요.


Q. 한국어는 어떻게 배우셨어요?

A. 파리 동양어학교에 다녔어요. 태권도를 배우다 보니 한국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았거든요.  당시 파리엔 한국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삼백 명 정도) 1년에 한 번씩 버스를 타고 시골에 가서 파티를 했어요. 그때 초대를 받아 가곤 했는데, 아무것도 못 알아들으니까 답답해서 한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그가 처음 한국을 방문한 건 1973년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 출전했을 때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물두 살의 태권도 수련생. 한국어를 배운 보기 드문 서양인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다시 한국을 찾았다. 사십 년간의 사진작가로서의 여정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할아버지가 한복을 옛날 스타일로 입었는데, 당시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없는 모습이었어요. 나는 재미있는 것만 찍어요. 나쁜 건 싫어. 보기 싫고, 안 찍어요. 



이 사진은 민속촌에서 찍었어요. 모델 아니야, 나 모델 사진 찍기 싫어요. 자연스럽고, 보면 좋은 모습을 사진 찍어요.


유독 한국 예술인과 인연이 깊었던 그.


운보 김기창 화백이 지베르니에서 스케치하던 장면과


김창렬 화백의 1977년 모습


김중만 사진 작가의 젊은 시절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Q. 사진 찍을 때 행복하세요?

A. 네.

Q. 요샌 안 찍으세요?

A. 요새는 다 나빠요. 눈 나쁘고, 빨리 걸어갈 수도 없고, 여러 가지.. 마음에 드는 사진이 안 나와요.

Q. 사진 전시회 준비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A. 옛날 거. 프랑스 옛날 사진이 있는데 아주 재미있는 사진이에요.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그러나 한국과 한국 친구들을 향한 마음과 그들의 마음은 그의 사진 속에서 영원했다.


다시 한번 전시회에서 그를 만날 날을 고대한다.

파리에서 만난 나의 친구, 나의 아저씨, 박로랑!



https://youtu.be/0h4PeAE5Ts8?si=jOA3ATfTQbse199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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