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황톳길 #모녀의 대화 #인생정원
엄마: 수국을 여기 심어뒀어. 반 그늘에 잘 피거든. 엄마가 더 나이 들고 몸이 약해져서 더는 이 정원을 못 가꿔도 너 손이 안 가게끔 이곳에 나무와 꽃을 심어둘 거야.
딸: 이렇게 맨발로 산책하면서 정원을 어떻게 꾸밀까, 구상하는 구나.
엄마: 그거 맨날 생각하는 거지. 이쪽엔 뭘 심고, 저쪽엔 뭘 심을까.
복잡한 도심에서 차를 타고 5분, 고개만 하나 넘었을 뿐인데, 하늘도 햇볕도 공기도 남다른 고즈넉한 동네가 있다. 그곳에 사는 정원사의 특별한 건강 비법을 소개한다.
천연 나무 놀이터와 산책 나온 닭.
도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
자연과 한껏 어우러진 이 마을에 그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주인장 취향에 따라 꾸민 마당 있는 집이 대부분이었던 이 마을도 이젠, 다리를 가진 높다란 빌라들로 손바꿈 중이다. 한집 걸러 한집 남은 주택의 마당도 언젠가는 이렇듯 커다란 건물을 품을 테다. 그만큼 담벼락 너머로 갓 딴 자두와 사과를 남겨주던 넉넉한 인심의 정원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높다란 담벼락 너머로 능소화가 쏟아질 듯 고개를 숙인다. 마을에서도 정원이 예쁘기로 소문난 집에는 오늘의 주인공 도시 정원사 우리 엄마가 살고 있다!
한평생 정원을 가꿔온 그녀는 요즘, 전보다 건강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자식처럼 가꿔온 정원도 물론 한몫을 하겠지만, 최근 들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있다는 그것.
도시 정원사의 건강 비법을 지금 공개한다.
이른 아침 어딘가로 향한 정원사와 딸.
딸: 그게 그렇게 좋아?
엄마: 너무 좋아.
딸: 너희들도 한번 해봐. 언니하고 우리 셋이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그것이 대체 뭐길래...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알밤을 줍고 있다.
그러니까 셋이서 함께 하자던 건강비법은 바로 알밤 줍기? 그런 결론에 다다를 때 즈음, 갑자기 신발을 벗는 정원사.
수북한 알밤 봉지는 한쪽에 내팽게치고, 신발은 물론이거니와 양말도 홀랑 벗은 채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맨발로 꽃을 보며 황톳길 걷기!
이것이 바로 그녀의 특급 건강 비결이다.
딸: 어떻게 이런 길을 만들 생각을 하셨어요?
엄마: 얼마 전에 초입에서 한 부부가 풀을 뽑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뽑을 텐데 왜 뽑으세요, 했더니. 자기가 그 길에서 운동을 한다는 거야.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해야겠더라고. 나는 정원에서 꽃을 보면서 걷는 길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지. 산처럼 쌓여있던 꽃과 잡초를 뽑아내고, 고운 황톳길을 깔아서 이 길을 만들었지. 하루에 15-20바쿼 도니까 너무 좋아. 무릎도 덜 아픈 것 같고, 발바닥의 티눈도 한결 좋아졌고.
결국 엄마 따라 신발을 벗는 딸. 맨발로 왕개미나 지렁이 같은 곤충 밟으면 어떡하나 걱정이지만, 엄마가 너무 좋다니까 한번 도전해 본다.
나란히 맨발로 정원 길을 걷는 두 모녀.
꽃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이보다 더 좋은 건강 비법이 어디 있을까.
엄마: 수국을 여기 심어뒀어. 반 그늘에 잘 피거든. 엄마가 더 나이 들고 몸이 약해져서 더는 이 정원을 못 가꿔도 너 손이 안 가게끔 이곳에 나무와 꽃을 심어둘 거야.
딸: 이렇게 맨발로 산책하면서 정원을 어떻게 꾸밀까, 구상하는 구나.
엄마: 그거 맨날 생각하는 거지. 이쪽엔 뭘 심고, 저쪽엔 뭘 심을까.
알뜰하게 받아놓은 빗물로 발을 씻는다.
발아래 느껴지는 말캉말캉한 흙을 밟고 있노라면 한평생 고단하게 걸어온 두 발도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
맨발로 꽃길을 걷는 조엘의 정원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