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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텃밭 일기(6) - (D+28) 작물 결정






20160918_124632.jpg 왼쪽 세줄은 무, 오른쪽 한줄은 배추 모종


텃밭을 분양받고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은 작물 선택이었다. 사계절에 나고 자라는 작물을 아는 게 먼저인데, 막상 많이 알 것 같아도 그렇지 못했다. 대략 추울 때, 더울 때 먹었던 작물로 유추해보기도 하고, 시골살이 학교에서 직접 재배했던 작물이나 수업 시간에 배웠던 걸 소환하기도 했다. 주변인의 조언이 작물 재배에 거의 초보인 나로서는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 모드라고 해야 하나.




20160918_123827.jpg 무 모종.



먼저 귀를 닫고, 내 기준을 세웠다. 첫째, 무농약 재배. 둘째,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 선택. 셋째, 실용성. 큰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흔히들 말하는 가성비가 좋은 농부가 되려고 하는 것 같아 내 초심에 부끄러워졌다. 기준을 정하고 나니, 무지한 상황에서도 알고리즘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다시 책도 보고, 블로그도 찾고, 농부 지인에게 물어보고.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 실용적인 가을 재배 작물이 무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내가 텃밭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작물이 있었다. 바로 '무'였다. 진짜 무턱대고 무가 떠올랐다. 곧 겨울이고, 겨울 전에 김장을 하겠고, 그렇다면 배추와 무가 주연배우인데, 배추는 왠지 벌레에 약할 것 같고, 그래서 난 무를 심어봐야겠다고 정한 기억이 떠올랐다. 무는 상식적으로 알맹이가 땅 아래 박혀 있어서 병충해에 덜 영향을 받을 것이 아닌가. 과학적 검증 전, 내 주관적 판단이다. 땅을 일구면서도 여러 작물이 주사위 돌아가듯 머릿속을 괴롭혔다. 결국 ‘시장 가는 날 결정하자’로 매듭지었던 거다. 그런데 망원시장에서 발견한 모종이 ‘배추와 무’. 그래 이거다. 배추보다는 무의 모종이 많았고, 이랑 한 줄 정도면 배추벌레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과 현실은 다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20160918_123948.jpg 배추 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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