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서 했다. 이렇게 세상 방어적으로 보내고 잠시 날 돌아보면 어떤 생각에 주저앉을까. 원해서 움직였던 하루보다는 더 힘들고 지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막다른 길 앞에 헐떡대며 땅에 박힌 두 발로 헤엄치지 못해 분노하는 나. 어쩔 수 없이, 마음에도 없는 선택에서 오는 힘든 결말의 고통.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가 능동형일 때는 다르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내일 바로 떠나는 대책 없는 여행. 느닷없는 계획으로 인해, 남이 대신 써주는 일기 같은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당신에게 다가가 '너와의 만남을 어쩌면'으로 시작하는 고백사를 읊을지도 모르는. 결국 오늘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마시는 날이 도대체 며칠이란 말인가. 내년에는 이 부분만은 방어적으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