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순대국, 약수순대국
서울 약수역 일대에는 오래도록 마주 보며 빛을 발하던 두 집이 있었다. <해남순대국>과 <약수순대국>. 같은 장르를 다루되,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달처럼 존재하던 곳. 한 끼의 따스함을 주는 국물 음식, 그중에서도 서민적인 순댓국을 중심에 두고, 두 집은 각자의 방식으로 동네의 허기를 달래왔다.
직장인의 점심을 든든히 책임지고, 밤의 과음을 감싸주는 해장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 두 곳은, 한때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남북의 초소처럼 마주 선 채 손님들을 맞이했다. 점심 무렵이면 약수순대국 앞에는 늘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해남순대국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다. 그러나 숫자가 맛의 진실을 가리는 법은 아니다. 나는 조금 더 해남순대국에 마음이 기운 사람이다. 그렇다고 약수순대국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내 발걸음은 세 번의 해남순대국에 한 번의 약수순대국을 향해 있었다.
약수순대국의 국물은 맑다. 잡내를 최소화하고 정제된 육향을 담아내어, 한 숟갈마다 담백하고 단정한 울림을 전한다. 스스로를 ‘맑고 고요한 길’이라 자부하는 듯하다. 반면 해남순대국은 사골의 깊이를 걸쭉하게 끌어올려, 혀끝을 무겁게 감싸는 묵직한 힘을 자랑한다. ‘투박하지만 강렬한 한 방’을 내세우는 듯, 깊은 울림을 남기는 국물이다.
그뿐인가. 해남순대국은 용암처럼 끓어오르며 뜨겁게 상에 오른다. 약수순대국은 토렴을 거쳐 적당한 온도를 지닌 채 조심스럽게 내어진다. 내용물의 크기는 약수순대국이 더 큼직하다. 그러나 내장의 깊은 맛만큼은 해남순대국의 몫이다.
사소한 차이는 취향을 갈라놓는다. 해남순대국은 기본으로 나오는 촉촉한 간이 일품이다. 반대로 약수순대국은 단단하고 큼직한 새우젓으로 신뢰를 준다. 나는 늘 식당을 새우젓의 상태로 평가하곤 한다. 작은 디테일 속에 담긴 진심은 결국 손님의 마음을 얻는다.
결국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술자리에는 해남순대국, 해장에는 약수순대국. 수육은 해남, 순댓국은 약수. 두 집을 동시에 부정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상황과 마음에 따라 번갈아 찾는 즐거움이 있다.
지금은 약수순대국이 자리를 옮겨, 더는 두 집이 서로 마주 보지 않는다. 새 건물 안에서 쾌적함을 얻었고, 여전히 맛의 중심은 흔들림이 없다. 해남순대국 역시 자신만의 길을 지키며 꿋꿋하다.
나는 이 풍경을 떠올린다. 한 동네 하늘 아래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모습. 서로 다른 빛깔로 거리를 비추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동네를 더욱 풍요롭게 지탱하고 있다. 약수의 하늘에 걸린 두 개의 달, 두 그릇의 순댓국. 그 빛과 향은 오늘도 우리 속을 오래도록 따스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