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 드디어 뛰다

서울 구석구석 트레일 러닝









나는 2025년 6월 30일부터 다시 뛰기 시작했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엔 오래달리기 대표로 뽑힐 만큼 발걸음이 가볍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건 35년이 넘은 옛이야기다. 공으로 하는 구기종목은 금세 익혔지만, 균형을 잡아야 하는 사이클엔 영 소질이 없었다. 서른 이후에는 꾸준한 운동 없이 친구들과 즉흥적인 농구나 동네 스포츠로만 몸을 움직였다. 달리기는 늘 마음속에만 맴돌았다.


2020년 6월, 도보여행가로서 서울의 골목을 걷고 기록하는 기획을 제안받으면서 ‘매일 2만 보’를 목표로 삼았다. 프리랜서였던 덕분에 하루 세 시간씩 걸을 수 있었고, 그것은 일상이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15,000보로 줄이고, 2022년에는 10,000보로 낮췄다. 그러다 2025년, 다시 12,000보로 상향 조정해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어느덧 6년. 나 스스로도 기특하다 싶다. 나이가 들수록 ‘꾸준함’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체력이라는 걸 알기에, 나는 걷기를 습관처럼 지켜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주변에서 “한 번 뛰어보라”는 권유가 이어졌다. 뛰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하고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결국 지인의 손에 이끌려 대회에 등록하게 되었다. 그것도 마라톤이 아닌 ‘트레일러닝’. 도시의 아스팔트가 아닌 산과 숲, 흙길을 달리는 달리기였다.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해 북악산과 인왕산을 넘는 10km 코스. 솔직히 대회 자체보다도, 지인들과 함께 뛰고 뒤이은 낮술이 더 기대되어 참가를 결심했다.


총성이 울리자 무리들이 물결처럼 흘러나갔다. 처음이라 나는 생각 없이 지인들 뒤를 따랐다. 산길 오르막이 시작되자 우리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숨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산길은 선물을 내주었다. 능선 위에서 시야가 트이며 바람이 뺨을 스치는 순간, 나는 자연과 한 몸이 된 듯했다. 내리막을 달릴 때는 흙과 돌, 풀 내음이 발끝에서 전해져 단순한 운동이 아닌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달리기는 어느새 ‘속도’가 아닌 ‘몰입’이 되었고, 그것은 스스로를 마주하는 작은 여행이었다.


산길을 지나 다시 도로가 보이자 마지막 1km는 진지하게 질주했다. 흔들리던 촛불처럼 위태로운 숨결이었지만,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안의 겹겹이 쌓인 시간을 벗겨낸 듯한 해방감이었다. 기록판엔 2시간 남짓한 수치가 남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나에겐 ‘완주’라는 이름의 긴 여행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마라톤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끝없는 반복 속에서도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용기야말로 인간을 완성시킨다고. 그날 이후, 나는 어느새 매일 5km를 뛰는 습관을 들였다. 여전히 ‘기록’보다는 ‘내 안의 울림’이 우선이지만, 분명 나는 이제 ‘뛰는 사람’의 대열에 서 있다. 발끝에서 시작된 시간의 불씨가 다시 타올랐다. 그리고 그 불빛은 앞으로도 나를 달리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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