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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 | 단양의 가로수 조경과 태국커피

단양 <다우리커피웍스>







처음 발을 디딘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호기심의 원천이다. 시선은 으레 건물 위주로 머물기 마련인데, 단양에서는 길을 따라 줄지어 선 가로수들에 눈이 오래 머물었다. 콘크리트로 가득 찬 도시에, 가로수는 묘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마치 차가운 문장 사이사이에 숨어든 쉼표처럼, 그늘을 만들고 숨을 틔워준다. 그런데 단양의 가로수는 마치 한 사람의 이발사가 정성껏 손질한 것처럼 가지가 가지런했다. 햇살은 강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나무들의 아래로 다가갔다.


복자기 나무였다. 단양의 길목마다 정갈하게 자리를 잡고, 묵묵히 계절의 언어를 빚어내는 존재. 이제 단양 사람들에게 복자기 나무는 일상 속의 풍경이자 기억의 배경이다. 연둣빛으로 시작된 잎사귀는 시간의 농도를 머금으며 천천히 붉게 물들고, 마침내는 가을에는 수채화처럼 길 위를 수놓는다. 나무 하나하나가 계절의 붓끝이 되어, 도시의 표정을 그려낸다.


복자기 나무는 이 땅의 토박이가 아니었다. 원래는 중국 남부의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던 나무였지만, 단양의 공기와 흙, 햇살과 안개가 이방인을 포근히 감쌌다. 그렇게 낯선 뿌리는 이곳의 시간 속에서 뿌리를 내렸고, 지금은 단양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가로수를 그저 보기 좋은 조경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도시의 가로수는 말 없는 시다. 뿌리 하나, 가지 하나가 전하는 그 도시의 태도이며, 보이지 않는 배려의 손길이다. 조경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나무를 어떻게 세우는가에서, 도시가 사람을 어떻게 품고 싶은지의 윤리가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여행 중 만나는 잘 다듬어진 나무들을 통해, 그 도시의 인품을 헤아리게 된다. 말은 없지만 나무는 말을 건다. 묵직하고도 부드러운 언어로, "여기 있어도 괜찮아"라고.

복자기 나무의 그늘 아래, 향이 퍼지는 곳에서 발길을 멈췄다. <다우리커피웍스>. 단양이라는 조용한 마을에 숨듯 자리 잡은 작은 로스터리 카페였다. 문을 열자마자 퍼지는 볶은 원두의 향기, 잔잔하게 윙윙거리는 로스팅 기계의 숨소리, 창밖으로는 복자기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이며 유리창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마치 한 잔의 커피 위에 내려앉은 자연의 시 한 편 같았다.


바 테이블에 앉아 작은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케냐,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니카라과, 콜롬비아. 아는 원두가 많았지만, 선택을 주인장에게 넘겼다. 주인장은 태국 원두를 추천했다. 나에게는 처음 마셔보는 원두였지만, 태국은 두 번이나 다녀온 익숙한 땅이었다. 처음 마시는 커피인데도 낯설지 않았다. 향기 속에 여행의 기억이 숨어 있었다.


주인장의 손끝에서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혹시 불편할까 싶어 시선을 안쪽 공간으로 돌렸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리면, 어느새 커피는 한 방울 한 방울 완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한 잔이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은 짧았지만, 그 속에는 산지의 고도, 햇살의 각도, 바람의 속삭임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커피를 입에 머금자, 그 풍경이 혀끝에서 피어났다. 마치 지구 반대편의 언덕을 천천히 걸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익숙하면서 낯선, 낯설면서도 따뜻한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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