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Rua da Bica de Duarte Belo>
리스본의 골목은 바람결에 실려 천천히 풀리는 오래된 편지 같다. 관광객이 즐비한 알파마 지구의 돌바닥을 밟으며 걷기 시작했다. 골목은 예상보다 가팔랐고, 양옆으로는 다소 삐딱한 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벽에는 세월을 알리는 낙서와 벗겨진 타일이 있었고, 어디선가 빵 굽는 냄새와 오래된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도 눈에 띄지 않지만, 삶은 그 안에서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오르막길은 걷는 이를 가만히 시험했다. 발끝에 힘을 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숨이 가빠지고, 심장은 규칙적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나 고갯길마다 그 보상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있었다. 언덕 너머로 슬며시 드러나는 테주 강, 낡은 빨간 지붕들, 그리고 언덕 위 성곽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그런 순간이면, 이 도시가 왜 수없이 많은 시인들의 문장 안에 담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리스본의 Rua da Bica de Duarte Belo는 도시의 심장소리 같은 골목이다. 트램이 천천히 오르내리는 그 좁고 기울어진 길목에서, 나는 리스본의 진짜 호흡을 느꼈다. 낮게 깔린 돌계단 위로 세월이 얹혀 있고, 그 사이로 전차가 정직하게 길을 간다. 노란색과 하얀색이 뒤섞인 트램은 낡고 작지만, 이 거리에서는 누구보다 큰 존재처럼 보인다.
처음 그 골목에 발을 들였을 때, 나는 한참 동안 걸음을 멈췄다. 도시 전체가 기울어진 듯한 가파른 경사 아래로, 멀리 테주 강이 푸른 띠처럼 누워 있었다. 양옆으로는 알록달록한 세월의 벽들이 서 있었고, 창문마다 누군가의 삶이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말린 빨래가 바람에 펄럭이고, 벽에는 오래된 포스터와 작은 낙서들이 겹겹이 겹쳐 있었다. 골목 전체가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 그리고 하나의 기억처럼 느껴졌다.
Rua da Bica de Duarte Belo는 오르막이자 내리막이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위로도 아래로도 걸음을 옮긴다. 트램은 이 좁은 경사 위를 당연하다는 듯 기어오르며, 철컥철컥 소리를 낸다. 전차가 지나갈 때면 사람들도 함께 멈춘다. 그 잠깐의 시간, 도시 전체가 잠시 숨을 고르는 것 같다. 오르막길이 주는 그 느림과 정적이, 이 거리의 정서이자 본질처럼 다가온다.
저녁 무렵의 골목은 유난히 따뜻하다. 낮의 빛이 벽에 남긴 금빛 잔향 위로 저녁 햇살이 부드럽게 스민다. 골목 아래쪽의 카페에서는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여행자들은 경사진 길 위에서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이곳이 단순히 ‘사진 찍기 좋은 거리’라는 말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익숙함, 혹은 애틋한 슬픔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골목을 오르며 문득,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사람의 기억 속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거창한 장관이나 특별한 마천루가 아니라, 작고 조용한 길 하나에서 마음이 천천히 열리기 때문이다. 이 골목은 누군가에겐 단순한 통로일지 몰라도, 나에겐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풍경이었다. 오르막을 따라 걷는 동안, 나는 리스본을 사랑하게 되었다. 아주 조용하고 천천히, 발끝으로부터. 여행은 발로 기억하는 시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