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에 작은 떡볶이집
"삼천 원에 하나, 다섯 주세요!"
단골이다. 이렇게 주문하는 사람은. 그들만의 언어다. 주문을 들은 이모는, 뒤도 안 돌아보고 대답만 한다. 물론 친근하다. 사랑방 같은 곳이라 바빠도 손님과 말을 주고받는 건 상례다. 다시 돌아가서, 위에 저 주문을 해석해보자. 3,000원어치에, 계란 하나에 어묵 다섯 개 주세요. 내 스타일은 3,500원에 계란 하나에 떡 많이. 특별히 차림표도 없다. 본인의 소화능력에 따라 적게 시켜도 뭐라 하지 않는다.
마포구 용강동 먹자골목의 끝에 위치한 신석 초등학교. 초등학교 후문에 자리 잡은 떡볶이집. 으레 초등학생들이 많겠거니 짐작하지만,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이 비슷하게 줄 서 있다. 일단, 떡볶이집 상호가 없다. 당연히 간판도 없고, 그저 누가 물으면 파란 대문이라 대꾸할 수밖에 없다. 들어가면 제 자리 못 찾은 접시들이 오합지졸 쌓인 작은 오픈 키친이 보이고, 다른 편에는 8명까지 껴서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나머지는 나무 긴 의자뿐. 친분에 상관없이 오는 대로 빈자리에 몸을 밀어 넣어 앉아 주문하면 된다.
칼칼한 국물떡볶이. 단맛이 거의 없다. 단맛을 원하면 이모가 설탕통을 넌지시 주고 간다. 주문을 하고 떡볶이가 나올 때쯤 가위와 수저가 온다. 포크와 젓가락이 없다. 가위로 떡을 잘개 썰어서 국물과 같이 떠먹는 게 이곳 룰이다. 평양냉면을 국물까지 완냉하듯, 여기서도 국물까지 '완떡'하는 단골들이 많다. 단골이 아니어도 눈치 볼 거 없다. 주문 노하우 없이 1인분 시켜서 듬성듬성 떡을 잘라먹어도 뭐라 하는 이 없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네 떡볶이 3집 중 하나다. 밤에 가야 한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