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그 후 나는 각종 엽기 사이트와 공포물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더 기발하고 자극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카페 회원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얼마쯤 지나자 반 아이들도 모였다 하면 역극 이야기를 했다.
“마녀랑 역극 해 봤어? 전에 하던 것과는 수준이 달라.”
“수준 다르게 끔찍해졌지. 그게 역극이냐? 주인공 고문하기지.”
누군가의 말에 유미가 대놓고 면박을 줬다.
“원래 조마조마하고 무서운 얘기에 더 끌리는 법이야. 회원도 점점 늘잖아.”
유미 말을 무시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동조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마녀가 좀 심한 것은 사실이지.”
웃기는 것은 그렇게 말하는 아이들조차 마녀의 방을 계속해서 기웃거린다는 거였다. 더구나 세희의 말 덕분에 마녀 괴담은 빠르게 퍼지면서 아이들을 사로잡았다. 회원이 늘면서 욕설로 댓글을 다는 아이들도 생겼다. 아무리 카페 특징이 공포 콘셉트지만 욕설은 곤란했다. 내버려 두면 서로 치고받다가 삐져서 회원이 떨어져 나갈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공동묘지였다. 심한 욕설을 하거나 문제 일으키는 회원들은 마녀가 잡아먹는다는 설정으로 퇴출하고 공동묘지에 아이디를 공개했다. 그런데도 유미는 마녀에 반감을 표했다.
“마녀 걔 진짜 이상한 애야.”
“뜻밖에 평범한 아이일 수도 있어.”
나는 그럴 때마다 시침 뚝 떼고 능청스럽게 대꾸해 줬다.
“동화 속 주인공을 전부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애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나 보지.”
“어딘가 뒤틀려 있어. 사이코가 분명해.”
졸지에 나를 사이코로 만들고도 유미는 마녀의 방을 떠나지 않았다.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역극 카페로 가면 되잖아?”
“다 물들어서 비슷해졌어. 심지어 ‘마왕의 방’도 생겼는걸. 예전에 하던 역극이 재미있었는데.”
유미가 은근히 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나랑 마녀의 방에 가서 테러하지 않을래?”
“싫어. 난 관심 없어.”
슬쩍 발뺌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예상과 달리 유미의 방해는 끈질겼다. 갑자기 끼어들어 상황을 엉뚱하게 바꾸거나 김빠지게 했다. 얼마 전 귀신 역극 할 때는 쫓기던 주인공이 결정적인 순간에 방귀를 뀌어 귀신이 도망갔다는 황당한 결말을 만들었다. 방귀가 귀신 잡는 독가스였다나? 번번이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망쳐 강제로 퇴출할까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유미의 독특한 활약이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뜻밖의 황당 버전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이 꽤 많았다. 공교롭게도 유미의 방해 작전은 마녀의 방을 더 유명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