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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조은 Oct 28. 2022

고스트 연애 조작단

1

흔히들 사랑을 교통사고에 비유하곤 한다. 

예기치 않게 느닷없이 닥치는 공통점 때문일 거다. 하필 내가 남들 연애사에 끼어들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정확히는 정부가 시범 운영하던 인공지능 교통신호 체계 때문이었다. 몇 초에 불과한 오류로 인해 자율 주행하던 우리 차의 좌회전이 지연되고 말았으니까. 그래서 맞은편에서 오던 버스와 충돌하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다행히 내 몸은 멀쩡해 보였다. 팔다리도 어디 한 군데 부러진 곳 없이 성해 보였다. 그런데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엄마, 아빠를 보았다. 엄마는 울고 있었고 아빠 눈가에도 물기가 맺혀 있었다. 의사 선생님 말을 요약하자면 뇌신경 조직 일부가 크게 다친 탓이었다.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최대한 길고 복잡하게 설명 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온통 비관적인 전망만 늘어놓던 의사 선생님이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서아양을 걷게 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충격에 휩싸였던 나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무슨 말이 그래요?”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최근에 개발된 신기술이 있거든, 서아양만 허락한다면 적용해 볼까 해요.”


예전처럼 움직일 수만 있다면 나는 영혼이라도 팔 수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아빠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부모님 하고는 이미 얘기가 다 끝난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이 한발 더 다가서며 또박또박 설명했다.


“우리는 서아양 뇌에 인공지능 칩을 심을 거예요. 문제는 단순히 감각과 운동신경만 회복되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자아가 공존하게 된다는 거죠. 인공지능은 서아양과 같은 청소년 정도의 지적 수준으로 설계될 테니 쉽게 말하면 ……."


의사 선생님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서아양만 인식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기는 셈이에요."

 

설명을 듣다 보니 께름칙해졌다. 내가 당한 교통사고도 따지고 보면 인공지능의 오류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부작용은요?”

 

의사 선생님 낯빛이 흐려졌다.

 

“임상 시험을 거쳤지만, 청소년에게 적용해 보는 건 처음이에요. 지금까지 별다른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고. 뭐,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돼요.”


그러면서 도로 슬쩍 물러섰다. 


“할게요.”


다른 선택지도 없는데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휠체어에 태워서 따로 실험실 같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바짝 긴장했던 것에 비해 수술은 비교적 간단했다. 연구원 한 명이 다가와 목덜미의 솜털을 밀고는 마취약을 발랐다. 얼얼하고 뻐근했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끝에 작은 칩이 달린 주삿바늘 같은 것을 가지고 왔다. 


“조금 따끔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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