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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조은 Nov 08. 2016

팀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

스타트업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이런 고민을 듣게 됩니다.

'요즘 인원이 늘면서 팀 간 소통이 꽉 막힌 느낌이다'

'팀 회의가 시간 낭비로 느껴진다'



제가 속한 스포카도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많은 팀 간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고 그에 따른 각종 정기적 회의와 협업 도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처음부터 원활하게 운영됐기보다, 앞선 고민에서 시작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회의 형태로 정착한 사례가 더 많습니다.



현재 스포카는 다양한 업무/비업무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업무적 수단

G-mail : 공지 내용이 길거나 문서를 수반할 경우 메일로 공지한다.

Slack : 즉각적인 답변이 필요하거나 가벼운 공지일 때 메신저를 활용한다. 외근 나간 직원들과의 소통도 쉽다.

오픈세션 : 중요 소식이 있을 때 사전에 직원에게 알린 뒤 사무실에서 발표 형식으로 진행한다.

실무자 회의 : 매주 각 팀의 팀장이 모여 업무현황을 공유하고 서로 논의해야 할 아젠다를 이야기한다.


비업무적 수단

사내 뉴스레터 : 월말마다 회사에서 일어난 모든 소식을 정보와 재미 콘텐츠로 적절히 배치한다. Mailchimp로 제작한다.

사내 동호회 : 직무에 상관 없이 개인 재능이 있으면 동호회를 만들 수 있다. 요리, 축구, 사진, 클라이밍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소통 수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전사 모두가 소통 방식의 불만과 문제점을 피하기보다는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 제가 매주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주간 팀 전체회의인 '실무자 회의'를 소개합니다.



스포카는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각 실무 팀의 대표끼리 모이는 실무자 회의를 진행합니다. 각 팀이 한 주 간의 주요 업무현황을 공유하고 팀끼리 모여서 고민해야 할 아젠다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입니다. 실무자 회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팀별 주간 업무 공유
2. 팀끼리 논의해야 할 아젠다 토론
3. 1분 경영진 다이제스트



스포카를 이루는 팀이 5개가 되었을 때 CTO인 JC의 주도로 만들어졌고, 점차 조직 인원과 팀 갯수가 많아지면서 회의 형태 개선의 필요성이 제가됐습니다. 지금까지 총 세 번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 첫 번째 버전 : 5팀으로 시작

각 팀장이 돌아가며 서로의 업무 진행상황을 공유한 뒤 중요 아젠다를 토론 및 의사결정한다.

특징 : 팀이 많지 않았기에 공유 시간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었다. 다만 회의 초기였기 때문에 팀별 아젠다를 준비해 오지 않고 공유 수준의 질적 문제가 있었으나, 이는 회의를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점차 개선됐다.


## 두 번째 버전 : 10팀의 짧고 빠른 공유

문제 발견 : 참가 팀이 많아지며 회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참여자들의 집중도가 부족해졌다.

해결 : 각 팀별 공유 시간을 2~3분으로 제한을 두고, 깊게 토론할 사항은 아젠다 세션에서 논의했다.

변화 : 공유 밀도가 높아지고 세션 당 효율적인 시간 배분이 가능해졌다.


## 세 번째 버전 : 하루 3팀 씩 집중 공유

문제 발견 : 2분이라는 시간 제한 때문에 팀에서 원하는 공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모든 팀이 공유를 끝낼 때까지 집중도가 떨어졌고, 어떤 팀은 한 주 동안 공유할 내용이 없을 때도 있었다.

해결 : 매주 3팀 씩 본인 팀의 한 달 간 활동에 대해 공유한다. 이 때 규칙은 1) 다른 팀이 발표할 때 개인 노트북 사용 금지 2) 전문 용어는 다른 팀이 알아들을 수 있게 쉬운 용어로 대체할 것을 추가했다.

변화 : 발표 내용의 질과 집중도 향상에 따라 회의 만족도가 상승했다.



이밖에 실무자 회의 만의 규칙이 있다면 모든 회의 내용을 서기가 정리해 전사 메일로 배포할 것, 사회자는 CTO를 포함한 4명이 돌아가며 진행할 것, 부산 팀의 경우 화상 연결을 통해 회의에 참석할 것 등이 있습니다. 저는 실무자 회의에 참석하면서 이 시간에는 어떠한 외부 일정도 잡지 않으려 노력 중입니다. 더 나은 회의 방식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이 회의를 더 중요한 회의로 인식하게 된 것 같습니다.




Interview

처음 실무자 회의를 도입한 JC는 유일한 경영진 참여자로써, 회의가 주어진 시간에 맞춰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사회자 역할을 주로 담당합니다. 실무자 회의를 포함한 팀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JC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Joanne / 팀 내부 만큼이나 팀 간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이렇게 많은 고민이 필요하군요.

JC /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공지할 것인지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고민을 늘 해요. 그래서 조만간 스포카에서 일어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지도를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어떤 이슈를 직원들에게 알려야 할 때 '이건 이 툴로 이렇게 공지하자'라는 가이드가 바로 머릿 속에 그려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실제로 직원들에게 지도가 사용될 수 있게 습관화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Joanne / 스포카에서 경영진 중 유일하게 실무자 회의에 참여하고 계세요.

JC / 실무자 회의는 제가 만들었다보니 책임감을 갖고 지금까지도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각 팀이 다 모이는 자리라서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는 회의에요. 하다못해 회의 시간 하나를 옮기려면 모든 팀이 움직여야 하는 이해관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제가 많이 의견을 내면 기술 주제로 흘러갈 수도 있어서, 제 의견은 최소로 하되 진행은 주체적으로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참여자 대상 설문조사로 회의 피드백도 받고 있고요.


Joanne / 팀 간의 업무 현황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실무자 회의 말고도 메일, Slack, 오픈세션이 있지요. 처음 스포카에 입사했을 때 오픈세션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어요.

JC / 페이스북 기업에는 '포스터 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전세계 직원들에게 공유할 거리를 종이 포스터로 제작해 모든 지사 사무실 벽면에 붙이는 건데, 이게 팀까지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굳이 팀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각국에 흩어진 직원에게 공지를 전달하는 용도로 메일보다 포스터가 도달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효과가 있었던 사례로, 실망스러운 안드로이드용 페이스북 앱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꾸어 직접 사용해 보라는 'Switch Today'가 적힌 포스터를 게재한 적이 있었다고 해요.


관련 기사 : 페이스북, 직원들에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꾸라" 이유는?

관련 기사 2 : How facebook keeps scaling its culture


스포카가 한 달에 한 번씩 개최하는 '오픈 세션'이 페이스북의 포스터 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오픈 세션은 보통 신제품, 제휴 등 중요 공지사항이 있을 때 해당 실무자가 모든 직원들 앞에서 발표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1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야 하고 발표를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을 생각면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공지 방법이죠. 하지만 포스터 형식처럼 오프라인에서 직원들이 직접 전달 받을 수 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Q&A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Joanne / 스포카는 모든 직원이 비업무적 활동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JC / 사실 팀 간에 업무적으로만 대하면 인간적인 교류를 놓칠 수 있어요. 결국은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아야 일을 더 잘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 부분을 보완해 주는 게 사내 뉴스레터, 사내 동호회 같은 비업무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내 뉴스레터는 적당히 재미 요소를 붙여 한 달 동안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정리하는 재공지용 콘텐츠로 유용한 것 같아요. 또한 동호회는 팀의 구분 없이 관심사에 따라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를 직원이 아닌 사람으로 보게 하는 힘이 있어요.


Joanne / 일하는 방법과 조직문화가 팀 목표 달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JC / 보통 워크숍에서 일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가 높다고 해서 야근을 많이 하는 것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을지입니다. 또한 팀에서 한 명이 퇴사를 한다고 해도 목표치를 쉽게 낮춰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5명 팀에 1명이 퇴사하더라도 목표를 5에서 4로 변경하는 것을 당연시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팀에게 잘못된 기대치를 주게 되거든요.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역량과 목표는 나누어져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팀 목표 달성을 지향해야 합니다. 누가 퇴사하거나 팀 목표를 못 채웠다면 원인 파악부터 정확히 한 뒤 어떻게 하면 다음에 더 확실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팀원 간 가치관이 공유돼야 하고요. 이처럼 목표 달성에 대한 고민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조직문화 실험에 대한 도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홀라크라시(Holacracy)'는 관리자 없는 수평적 조직 구조로, 2015년 초부터 자포스에서 도입하고 있지요. 사실 이러한 시도의 기반에는 신중한 채용이 중요합니다. 우리 회사와 잘 맞는 사람이 들어와야 즐겁게 일하고 일도 잘 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이 조직을 구성하느냐가 커뮤니케이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스포카의 팀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정해진 규칙을 고수하기보단 제각기 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에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도입하고 또 버릴 줄 아는 고민을 끊임 없이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스포카 기업 블로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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