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 작은 선택이 던지는 질문 《꽃을 선물할게》

《꽃을 선물할게》(강경수 글/그림/창비)을 읽고

by 감꽃

사랑하지 않는 마음에는

하물며가 없다.

마음이 마음이 아닐 때 들려오는 말이여,

하물며라는 증오를 거부하는 말이여,

아무것도 아닌 네가 아무것도 아닌 나를

한번 더 은은히 돌아보는 눈길 같은 말이여

-김승희, <'하물며'라는 말> 중에서


꽃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쏟아진다. 하물며 선물을 하거나 받을 때는 어떻겠는가.


꽃을 선물할게》는 강경수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그림책이다. 강경수 작가는 10년 넘게 만화를 그리다가, 어린이 동화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책의 표지 그림은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앞표지는 화려한 꽃다발과 크고 억센 손 그리고 그 손톱 끝에 앉은 무당벌레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뒷 표지는 꽃과 나뭇잎에 둘러싸여 행복해하는 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꽃과 곰과 무당벌레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며, 꽃을 선물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슬며시 알려준다.


《꽃을 선물할게》는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가 지나가는 곰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설득하는 이야기다. 얼핏 보면 무당벌레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곰의 이야기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곰과 무당벌레가 나누는 대화는 독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무당벌레는 곰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애원도 하고 거짓말도 하고 강요도 한다. 한마디로 발칙하다. 반면, 곰은 원칙주의자이면서 무던하다. 그야말로 곰(?)같은 존재다.

어느 날 무당벌레는 거미줄에 걸린다. 그날 아침 곰은 우연히 무당벌레가 있는 곳을 지나간다. 무당벌레는 곰을 불러 거미줄에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날 곰은 아침 점심 저녁까지 세 차례 그곳을 지나간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하루의 흐름처럼 보이지만 그림을 눈여겨보면 봄, 여름, 가을을 표현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 계절의 변화로 확장되면서, 무당벌레의 기다림과 절박함은 더욱 깊게 느껴진다.


무당벌레가 세 번이나 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반복되는 장면은 단순한 구조를 넘어, 생명을 둘러싼 선택의 무게와 망설임을 보여준다.


곰은 아침에는 자연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무당벌레의 애원을 지나치고, 점심에는 거미가 자신이 싫어하는 모기를 잡아주는 좋은 동물이라는 이유로 외면한다. 그리고 저녁. 무당벌레는 곰에게 꽃을 좋아하는지를 묻는다. 자신도 꽃을 위해 진딧물을 잡아주좋은 동물임을 강조하며 한 번쯤 자신을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설득한다.


곰은 자연의 법칙을 강조하면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를 냉정하게 지나치다가 무당벌레가 꽃은 모두에게 좋은 존재라는 말에 가던 걸음을 멈춘다.


무당벌레는 거미줄에서 탈출하고, 곰은 다음 해 봄, 꽃이 활짝 핀 숲에서 꽃다발을 든 여자친구와 함께 있다. 그렇다면 거미는 어떻게 되었을까? 애써 쳐놓은 거미줄이 망가지고 잡아놓은 먹이도 사라졌다. 누군가의 생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실로 이어진 것이다.


곰의 행동 변화는 도움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곰은 단순한 자연의 질서가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선택하게 되고, 결국 그 선택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숲은 곰과 무당벌레, 거미와 꽃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 안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유지되는 자연의 질서가 존재한다. 《꽃을 선물할게》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질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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