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eunny Jun 28. 2019

#안녕 템펠호프

이전 회사에서의 마지막 날


말 그대로 오늘은 3년 9개월 동안 일했던 회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컴퓨터에 있는 파일도 다 지우고, 단체메일로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보내고 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한국에서 진행했던 스카이프 인터뷰, 회사 팀들과 다 같이 다녀온 암스테르담 TNW세미나, 상사가 결혼하기 전 함께 했던 파티, 워크숍에서 개발자들과 위스키 테스팅하다가 취했던 날, 사무실 개 노만을 처음 만나서 안았던 날, 피곤해서 회사 유리문에 커피 들고 고대로 머리 박아서 2년 동안 플로리안에게 놀림당한 날, 좋은 기억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얼마 전 팀런치에서 받았던 편지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고, 나는 혼자 지하철에서 조용히 울고 웃었다.


지금 회사는 템펠호프라는 베를린의 남쪽에 있는데, 템펠호프 공항을 만들려다 실패해서 생긴 템펠호프 공원을 제외하고는 쉐네펠트 공항을 가지 않고서야 지나칠 일이 없다. 그래서 이제 이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이 남쪽까지 오지 않겠지라는 마음으로 회사 가는 길에 노래를 들으면서 창밖의 풍경을 기억했다. 내가 3년 9개월 아침마다 저녁마다 회사와 집을 오가며 보았던 이 풍경을.


-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좋았다. 처음 다니는 회사에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일주일에 하루 집에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았고, 트레이닝 짐과 제휴해서 공짜 멤버십도 있고 회사 1층에 트레이닝 짐이 있어서 운동하기 접근성이 좋았고, 회사에서 독일어 수업비를 지원해 주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독일인과 이스라엘인 동료들이 친절하고 팀 단합이 잘돼서 좋았다.


내가 일에 대한 욕심이 적었더라면, 이 회사에 더 오래 머물렀을지도 모르겠다. 베를린에 아무것도 없이 직업만 가지고 온 나에게 회사는 다른 세상이었으니까. 여기서 만난 동료들과 함께 생일파티, 홈파티를 하고, 한국에 함께 갔다 오면서 친구가 되었으니까.


-

내 젊은 25살부터 29살을 함께 했던 템펠호프,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이직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