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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unny Jun 07. 2017

#나를 먼저 사랑한다는 것

타지에서 1년 8개월 만에 나를 돌아보다

벌써 베를린에 산지 1년 8개월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베를린에 오기 전,
해외 취업을 치열하게 준비했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기소개서랑 국내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나 혼자 해외 회사를 알아보며 준비했을 때 두려웠다. 나 혼자 남들이 가지 않는 어두운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결국 다행히 스카이프 인터뷰와 합격 후에 베를린에 왔다.


처음 1년간,
처음 회사를 가던 날, 나는 집을 구하지 못해 베를린 한인 민박에서 출근했다. 매우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첫 2개월 동안 단기 렌트를 해서 크로이츠베르크에 아름다운 공원 근처에 살았고, 매일 회사 업무와 영어 공부를 집 와서 복습했다. 처음으로 영어로 일하는 거라서 고군분투했었다. 처음 6개월간은 미팅을 주도할 때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노이쾰른으로 이사했고 룸메이트와 같이 큰 원룸에서 살았다.
처음 받았던 3개월 비자가 만료됐고, 내가 독일 디자이너보다 뛰어나다는 증명을 하면서 2년 장기 비자를 힘들게 받았다. 그리고 집 주변에 공사가 시작되면서 소음이 너무 심했고, 현재 살고 있는 프리드리히 샤인에 셰어 플랫으로 이사를 했다. (위치는 가장 마음에 든다)
이 1년 동안은 정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한국에서 혼자 자취해 본 적도 없는 내가 독일어로 된 집과 회사 계약서를 유심히 해석하고, 이사를 하고, CEO와 연봉 협상을 했다.


1년 반 그리고 지금,
이제야 조금씩 나답게 살고 있다.
요사이 내 안에 우울함이 있었다. 베를린에서 친했던 사람들이 각자 자기 나라로, 고향으로 떠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과연 영원한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거의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더 심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내가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서 살아왔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베를린에서 초반 1년 동안은 나랑 다르게 힙스터스러운 베를리너들의 성향에 맞춰가며 나는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아 그냥 맞춰가고 행동했다.



그리고 이번 휴가 때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혼자 길게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러 생각을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았고 '나를 먼저 사랑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이번 하반기 목표는
-이사! 혼자서 꾸미고 살 수 있는 집을 알아보고 있다. 선인장도 놓고, 사실 고양이도 키우고 싶지만 고양이 키울 수 있는 아파트는 찾기 어려우므로 일단 보류 중. 그리고 플루트(가져오고 한 번도 불지 못한..)랑 우쿨렐레도 시작하고 싶다.
-독일어를 B1수준까지 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드는 것.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지는 것. (2-3년 차에 커리어 패스를 다지며 이직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사람'으로 좋은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 (요새 참 고마운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현재는 좋다.
그리고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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