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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천협회 윤범사 Apr 20. 2020

판단은 가슴이 한다

머리는 거들뿐

시작은 '원양진기단법'을 칠판에 적으시고서 비롯했다. 원양진기단법은 깡충발로 머리까지 쭉 펼치고 합장한 손을 앞으로 내어미는 자세인데 원리를 설명하겠다 하시고는 세 가지 단전을 그리셨다. 배꼽 아래 하단전, 가슴팍의 중단전, 머리의 상단전을 그리시고 옆에 精, 氣, 神이라고 적으셨다. 하단전이 精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었는데 氣와 神의 위치에서 논쟁이 일었다. 아마도 많은 책에서 머리가 神이라고 되어 있는 듯, 그러나 사부님은 가슴이 神이라고 하셨다. 아마도 氣라는 것은 인간이 평생에 걸쳐 학습하는 지식과 감각, 달리 말하면 뇌의 좌우가 맡고 있는 이성과 감성이라는 것 같았고 神이란 心 혹은 마음으로 풀이하셨다.


기천을 수련하면서 천부경이니 삼일신고니 하는 것들은 지금껏 들어 아는 바가 없고 앞으로도 알고 싶은 마음이 없으나 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 낮은산에서 사부님께 들은 氣와 神의 설명은 당초 시작하신 의도였던 원양진기단법의 원리와 상관없이 인상 깊었다. 결국 하시고 싶었던 말씀은 원양진기단법이란 세 가지 단전을 수직으로 주욱 펼치는 공부라는 것 같았으나, 그걸 펼치는 것이 왜 공부가 되는지 모르는 소인은 그저 神이 심장에 있고 마음의 결정은 지식과 논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뛰는 대로 하는 것이란 말씀이 가슴에 꽂혔다.


많은 예를 드셨는데 이해를 잘 못했는지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는 것은 머리가 하고 행동하는 것은 마음이 시킨다라든가, 판단과 의사결정은 가슴으로 한다는 뜻으로 해주신 말들이었던 걸로 부족한 이해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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