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웨이팅 앱에 대한 불만
요즘 많은 음식점들이 고객 편의를 위해 웨이팅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덕분에 날씨에 상관없이 음식점 웨이팅을 하는 고객들의 경험을 많이 바꿔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내가 경험한 웨이팅 서비스는 정말 사용자를 위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어 리뷰를 하기로 했다. 다만 이 글은 특정 서비스를 비판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웨이팅 서비스에서 고려했으면 하는 부분을 짚었다. 만약 유사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획자가 본다면 꼭 사례를 한 번쯤 생각해보고 설계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경험을 공유한다.
지난 주말, 엄마와 큰 맘먹고 성수동에서 가장 유명한 갈빗집을 다녀왔다.
저녁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음에도 웨이팅이 있는 걸 보니 새삼 대단한 갈빗집이었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만 서 있기에 어디에선가 내 도착 순서를 기입하는 뭔가가 있을 거라 생각되어 가게로 들어가 보려 했다. 그때 문 앞에 '도착하면 매장으로 들어와 태블릿에 번호를 남겨주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보았고 안심하며 들어갔다.
좁은 입구 좌측엔 카운터, 우측엔 식사하는 테이블이 사람 두 명 정도 지나갈 공간만 두고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서 이야기한 태블릿이 좁은 공간 사이, 카운터 쪽에 비치되어있었다.
행여 내 순서가 밀릴까 후다닥 태블릿에 내 휴대전화 번호와 입장 인원수를 입력하고 개인정보수집 이용 동의에 체크를 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너무나 일반적인 웨이팅 앱 형태)
엄청난 웨이팅 중 내 정보를 입력했다는 안도와 함께 오늘 리뷰하려 하는 OO웨이팅에 대한 경험이 시작됐다.
정보를 입력함과 동시에 내 카카오톡 메신저로 알림이 뜬다. (정확히 오픈시간에 맞춰감)
내 번호가 정상적으로 등록됐고 자세한 웨이팅 현황을 보려면 채팅 말풍선 하단에 버튼을 클릭하도록 되어있었다. 확인해보니 내 웨이팅 번호는 36번이고 11번째 웨이팅 고객이라고 한다. (또 3번째 순서가 되면 꼭 음식점 앞에서 기다리라고 안내가 있었다.)
11번째에서 3번째가 되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 기다리는 동안 나는 엄마와 어디에 가 있는 게 좋을까? 고민을 하며 네이버 검색창을 켜 'OO갈비 웨이팅 11번째'라고 검색했다.
나와 비슷한 번호를 받은 사람이 1시간 정도 기다렸다고 해 엄마와 성수동 유명 카페에 가기로 했다.
이때까진 더운 여름, 유명한 음식점을 가려고 더위를 참아가며 서있을 필요가 없기에 앱 존재가 참 고마웠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나는 1분에 한 번 씩, 엄마와 유명 카페 커피와 음료를 마시며 웨이팅 리스트를 새로고침 하고 있었다. 심지어 스마트폰 자동 꺼짐 기능을 '5분 후 꺼짐'으로 설정해 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리스트 창을 켜놨다. 갈빗집이라 술도 곁들여 먹어서 그런지 20분이 지나도록 내 앞 대기자는 10팀이 있었다.
엄마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지만 웹 기반 서비스라 계속 새로고침을 하며 앞에 팀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했다.
앱이 었다면 푸시 알림을 통해 실시간 확인을 하지 않아도 강력한 알림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웹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라 이러한 귀찮음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앱으로 되어있었다면 그 좁은 가게 안에서 앱을 다운로드하고 내 정보를 입력(혹은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엄마와 50분 정도 담소를 나눴을까, 우리 앞에 5팀만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순식간에 6팀이 입장했다. 이에 초조함을 느낀 나는 엄마에게 이제 갈빗집으로 이동하자고 해 서둘러 갈빗집으로 가고 있었다.
내 예감대로 이동 중에 우리가 입장을 앞둔 3번째 팀이 되었다.
이때 정말 충격적인 알람이 왔다.
입장을 앞둔 3번째 팀이니 가게 앞에 와달라는 안내와 함께 이전 알람에서 실시간으로 내 정보를 확인하라는 버튼은 [줄 서기 취소] 버튼으로 바뀌어있었다.
알람이 없었기에 처음 웨이팅 등록 후 온 채팅 말풍선 하단 버튼을 눌렀는데 3번째 웨이팅 팀이 되니 이 기능이 돌연 취소 기능으로 바뀌어있었다. 이동 중 확인해 습관처럼 버튼을 눌렀는데 취소 기능이라 하여 정말 놀랐는데 다행인 건 '정말 줄 서기를 취소하시겠어요?'와 같은 확인 알럿이 한 번 떴기에 [취소] 버튼을 눌러 내 충격적인 액션을 무마할 수 있었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가게 앞에 도착했고 앞에 의자에 앉아있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우리 차례가 되면 어떻게 우릴 부르지??
가게 앞에 안내문구에는 직접 호명하니 꼭 앞에서 기다리라고 쓰여있었지만 입장을 앞둔 3번째 팀이 되고 나서 1번째 팀이 되기까지 주인이 가게 앞으로 직접 나와 '00번 들어오세요~'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혹여 내 차례가 지나갈까 봐 초조해하며 다시 그 좁은 입구를 지나 카운터로 갔다.
그런데 거기엔 웨이팅 리스트를 실수로 '취소'해 이를 이야기하러 온 50대 여자 두 분이 있었다.
내가 범할뻔한 실수를 정말 겪은 분들이고 사장에게 본인들 입장 번호를 이야기하며 실수로 취소했다고 이야기했다. 앞에 대기가 11팀이나 있었던 분들인데 사장은 꼭 앞에서만 기다리라고, 직접 호명할 거니 기다리라고 이야기만 했다. 결국 웹 설계로 그분들은 시원한 카페가 아닌, 더운 가게 앞에서 더운 바람과 고기 냄새를 맡아가며 최소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을 때,
사장은 나오지 않았다.
웹을 계속 새로고침하니 '입장하실 차례입니다.' 안내문구가 나왔고 그 화면을 켠 채로 가게로 들어가 카운터에 가 사장에게 화면을 보여주고 자리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먹은 음식은 초조한 마음을 싹 잊을만하게 정말 맛있었다. 괜히 TV에 나온 곳이 아니구나 하면서 엄마와 맛있게 먹고 나왔다. 결과적으로 가게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뛰어났고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보통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오기까지 과정은 가히 최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게 최선이었을까, 이 서비스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알기는 할까?란 냉소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물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나였다면 카카오톡 채팅 내 버튼은 동일하게 제공하되 해당 서비스 웹 화면에서 '줄 서기 취소하기' 버튼을 처음 보낸 화면과 다르게 구성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웹 화면에서 '줄 서기 취소하기'라는 버튼이 있음을 인지할 기회는 충분했고 (기다리면서 무한 새로고침을 했기에..) 굳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줄 서기 취소하기 기능을 내 웨이팅 순서 확인하기 기능과 동일한 위치에 제공할 필요는 없다.
또 직접 가게에 방문해 문 앞에 붙여진 안내문구도 확인하고 태블릿이 놓인 위치도 확인해 사용자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안해줄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 건 실제 사용자가 사용하는 환경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생각하면 좋겠다는 점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1boon.kakao.com/interbiz/5e857936b062d735af950843
(본 이미지는 위 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