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
일도 가정도 포기할 수 없던 나에겐 하루하루가 챌린지였다.
오늘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초 단위로 다음 할 일, 다음 할 일을 깨 가며 정신 차려보면 하루가 끝나 있었다. 이런 삶이 주중에 반복되고 격주 토요일도 이어지다 보니 피로감이 심해졌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감정 컨트롤을 할 수 없고 화 한계선이 굉장히 낮아져 있었다.
즉, 작은 자극에도 과하게 화를 내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는 장시간 붙어있는 가족, 동료들에게 정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회복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짜고짜 퇴근길,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심리상담센터를 예약했다.
평소 심리상담센터, 정신과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물 흐르듯, 여기가 아니면 죽을 것 같아 바로 예약했고 방문했다. 처음 보는 선생님께 정말 내 모든 삶을 털어놓고 현재 느끼는 감정들을 필터링 없이 모두 이야기했다. 남들 눈을 의식해서 하지 못했던 말, 지금 내 상태의 심각성 등에 대해서 말이다.
생각보다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던 건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듣고 오냐오냐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정확하게 내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을 제안해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는 남편이 쉬는 토요일에 아기를 온전히 보고 나는 늦잠을 잘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는데 라운딩을 가서 늦게 돌아와 3주 연속 토요일을 내가 아기를 봐야 한다거나 하는 점들을 나는 꿍하게 있다가 확 화를 내곤 했다. 하지만 이 방법보단 남편에게 명확하게 그렇게 하면 내가 기분이 나쁘고 힘들 것 같다고 말하라고, 그 타이밍과 말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주변인들에게 이런 푸념을 하면 '남편이 나빴네~'로 귀결되어 결국 뒷담을 한다는 느낌 때문에 기분이 개운하지 않아 어디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었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남편과의 관계, 아기를 바라보는 내 모습, 회사에서 나의 상태 등, 누군가에겐 단편적으로 말하는 나의 상태를 센터에선 모두 말할 수 있었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후련했는데 더불어 내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은 다면적 인성검사를 함께 진행해보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의 기질/성격을 알고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총 세 개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그 자리에서 하는 건 아니고 다음 상담 이전 때까지 집에서 검사하고 결과를 센터로 보내는 형태였다.
정말 살아야겠다고, 나아져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찾아온 심리상담 센터는 의외의 수확이었고 오길 정말 잘했다고 계속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받은 검사 세 개를 바로 진행했다.
문장 이어쓰기와 두 개의 객관식 검사.
하나는 문항이 500개가 넘었고 하나는 150개가량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검사를 마치니 녹초가 된 상태로 결과지를 센터에 보냈고 내 결과가 어떨지 궁금해하며 하루하루 보냈다.
그리고 두 번째 방문 때 센터에 방문해 내 검사 결과를 살펴봤다.
우선 다면적 인성검사는 5세 이전 부모로부터 받은 나의 기질과 사회생활을 하며 형성된 성격을 바탕으로 내 상태를 진단했다. 나는 자극 추구가 굉장히 높아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지루함을 못 참고 위험회피가 낮아 새로운 일에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성향을 가졌다. 그러니 느린 호흡으로 가는 육아와 현재 회사에 불만이 많았던 것이었다. 또한 무절제하고 충동적이어서 내가 첫 상담 때 '저 이러다가 죽어버리거나 어디로 멀리 도망갈까 봐 무서워요. 전 행동력이 좋고 충동적이거든요.'라고 했던 내 마음이 정말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었음을 반증했다. 또한 일에서 느끼는 성취가 육아에서 느끼는 성취보다 훨씬 높았고 그래서 내 삶에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삶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선생님은 검사 결과 바탕으로 내 기질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상세히 설명해주셨다. 나에 대해 방대한 검사를 통해 다가가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검사 결과를 말했더니 첫마디가 '그렇게 상처되는 이야기를 한다고?'였는데 나는 '그게 나인걸 어떻게 해~! 오빠가 보는 나는 어떤데?'라고 하니 '응, 그거 맞아'라고 답하고 둘이 한참 킬킬대며 웃었다.
나에 대해 알고 나니 지금 내가 겪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해결 방안을 빨리 찾고 싶었다.
이젠 심리 상담보다 다른 자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스탠드 랩 청년연구소에서 주관하는 [번아웃 탈출 워크숍]을 신청했다.
내 삶의 큰 부분인 직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정확히 무엇이며 이게 과연 문제일지 고민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