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6개월 후 복직하며 생존하는 일지
21년 11월,
생각보다 덤덤한 마음으로 엄마가 되었다.
아기를 봐도 미친 듯이 예쁘거나 내 모든 걸 주고 싶다는 생각보단 하루빨리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단 생각과 오래 일을 쉬면 내가 진행하던 일에 차질이 생길 것을 걱정, 업무 머리가 굳을 것을 걱정하며 휴직 기간 동안 고군분투해 육아 인프라를 구축하고 22년 5월 초, 복직했다.
내가 이전 회사에서 봐왔던 워킹맘들은 하나같이 에너지가 없고 힘들어 보이고 지쳐 보였다. 그럼에도 맡은 일을 꿋꿋이 완벽하게 했고 그럴수록 더 고되 보였다. 당시 나는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도 커피나 초코 라테 한 잔 마시고 나면 이내 기분이 풀어지며 업무에 금방 적응하고 에너지를 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워킹맘은 대체 얼마나 힘든 걸까?', '나도 과연 저 삶을 살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절대 아니야!'는 아니었지만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다. 그 시절 많은 분들 중 한 분은 내 미래 모습이었을 텐데 유심히 보지 않았던 게 훗날 아쉬웠지만 이제 들이닥친 내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복직한 회사에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 크지 않은 조직임에도 21년 휴직에 들어가기 전 꽤 많은 인력 입/출입과 팀 구조 변화가 있었고 돌아오니 각 팀들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사람들도 잘 배치되어 있었다. 그 결과 나는 우리 팀에서 알던 사람이 많지 않았다. 마치 새 회사에 입사한 기분이었다.
그러던 와중 내가 빠른 복직을 한 이유였던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더 이상 내가 리더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기에 덜 중요한 업무에 배정되었다.
이럴 거면 나 왜 이렇게 빨리 복직한 거지?
처음 일주일은 정말 눈물 나게 힘들었다.
아기 스케줄은 반드시 새벽 수유를 한 번은 해야 했고 그 시간은 5시였다. 밤에 통잠은 자지만 내가 아기 잘 때 바로 자는 게 아니었다 보니 새벽 5시 수유는 늘 버거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편은 복직 1달 전, 다른 업무지로 발령 났고 집에서 이동 시 편도 60km가 걸리는 곳으로 출퇴근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기 케어는 전적으로 내 몫이 되었고 그러던 와중 복직과 새벽 아기 케어는 고통의 늪처럼만 느껴졌다.
아기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분유를 먹고 30-1시간 정도 놀다가 잠들었다. 그러면 나는 그 사이에 출근과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마치고 아기 옷을 갈아입히고 바로 어린이집으로 갔다. 아기를 맡기고 나면 집에 잠시 들러 내 원래 아기들인 고양이들 식사, 화장실 정리, 자리 정리, 물 준비 등을 하고 인사한 후 집 밖을 나섰다. 빠르면 9시 30분, 늦으면 10시쯤 출근했다. 출근해서 회의를 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일을 하다가 다 같이 밥을 먹는다. 그리고 다 같이 카페를 가거나 산책을 가고 또다시 오후 업무도 대부분이 회의였다. 그리고 집에 가면 베이비시터 선생님이 8시까지 봐주셔서 맞춰 퇴근하면 교대하거나 미리 퇴근하면 잠시 인사드리고 아기 얘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아기를 재워주고 가셨다.
만일 남편이 잔업으로 집에 올 수 없는 날이면 아기가 언제 깰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늘 귀와 눈이 아기 방을 향해 있으니 고양이들을 돌보면서도 온전히 이 친구들에게 집중하는 기분이 아니었다.
당시 나는 내가 하는 일 대비 3배 이상은 피로감을 느꼈다. 한쪽에선 아기들, 한쪽에선 회사일, 한쪽에선 나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고민까지. 저 세 고민이 늘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사람에 둘러싸인 일상이 시작되겠구나.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아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