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가 이렇게 남아도 될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결과 (1/3)
내게 생긴 변화는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었다.
출산 휴가 기간부터 이제 다른 회사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런 마음이 너무 강하게 솟구쳤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이직 준비는 준비하지 않으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준비하면 또 어떤 회사에 가야 하지?라고 방향이 명확하지 않아 진다.
이런 마음으로 출산휴가 때 아기 밤중 수유를 하면서도 틈틈이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하지만 이때 한 포트폴리오 준비는 늘 전체를 바라보기보단,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놓는 문서가 됐다.
나 혼자만 뿌듯해하는 문서. 출산 휴가 때 만든 내 포트폴리오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단어다.
나 혼자만 뿌듯해하는 문서를 가지고 밤중 수유 중 새벽 거실 소파에 앉아 나는 왜 이렇게 이직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집중해 보기로 했다. (새벽은 정말 깊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한 없이 깊어질 수 있는 시간이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동안 나는 온전히 육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자기 계발을 위해 회사 복직 후 하게 될 일도 고민해보고 그간 회사에서 쌓아 온 나의 업무를 정리해보며 휴직 기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에서의 생활이 나에게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택근무라고 생각했다.
물론 업무를 온전히 재택으로 소화해본 적 없었기에 어디까지 나의 가설이었지만 나보다 2달 먼저 출산하고 복직한 친구가 내 가설을 증명해줬다. 그 친구는 리모트 근무가 기본인 회사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워킹맘이었다. 재택근무로 업무를 소화하다 보니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집중 시간을 육아 중간중간 찾아가며 업무를 소화하고 있었다. 물론 이 또한 정말 힘든 일이지만 반드시 출근해서 업무를 해야 하는 나에 비해 너무 좋아 보였다. 그렇게 내 이직 결심이 확고해졌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정말 좋았기에 여기보다 더 좋지 않은 곳이면 가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원서도 내지 않고 재택이 가능한 직장 중, 현 회사보다 좋은 곳 공고를 살펴봤다.
도망치 듯 이직하는 것이 아닌, 육아와 일의 병행이 좀 더 어우러지는 곳인 동시에 현 회사보다 좋은 곳은 생각보다 선택지가 몇 없었다.
그렇게 IT 대기업의 채용공고를 들락날락하던 중, 이전에 해온 회원관리 서비스와 결이 맞는 포지션을 뽑는 공고를 발견했다. 또 생각했다. '이 기업으로 간다면 다들 정말 축하해 줄 것 같아!'
그렇게 지원해서 서류 합격을 하고 면접을 봤다.
면접은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면접에 임했던 내 심리 상태는 '나 휴직 중인데 만일 합격하면 회사에는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조기 복직 후 1달 채우고 퇴사를 해야 하는 걸까?', '그러면 육아는 어쩌지', '내가 이 회사에 가서 업무에 잘 적응할까?', '난 얼마간 일을 쉰 사람인데..'등 부정적이고 걱정스러운 생각이 나를 잠식했고 이런 생각은 그대로 말과 행동에서도 드러났다.
화상 면접이었음에도 면접을 정말 못 봤다는 걸 직감했고 오죽하면 면접 마지막 멘트로 "제가 오늘 저에 대해 잘 말씀을 못 드린 것 같아 많이 아쉽네요, 그래도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인정하고 면접을 종료했다. 이때 느꼈다. 좋은 기회였지만 내 마음이 안 편하면 결과도 좋기 힘들다는 걸.
휴직 때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면 스스로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살면서 후회라는 감정을 표면화하지 않는 나이지만, 돌이켜보면 난 이 기간이 참 후회스럽다.
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던 것도 휴직 중 재택근무 가능한 회사로 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 나를 너무나 힘들게 했다.
그렇게 나는 복직에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