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가 이렇게 남아도 될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결과 (3/3)
면접을 경험하며 받았던 질문 중 공통적으로 나온 질문은 "사용자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 사용량은 얼마나 되나요?"였다. 그런데 정말 적은 수였고 이때 바람이 빠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내가 IT서비스 기획자로 지속 가능한 업무를 수행하려면 어찌 되었건 더 큰 규모의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업무에 대한 고민과 함께 회사 채용 페이지 구축을 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타사 채용공고 사이트를 많이 살펴보게 됐다. 이중 레퍼런스로 보던 한 IT회사에서 나와 딱 맞는 포지션을 뽑는 공고를 발견했다.
심장이 뛰었다.
이 회사는 사용자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재택근무도 가능한 곳이었다. 그동안 내가 원해온 유니콘 같은 회사 그 자체였다. 심지어 채용 포지션도 내가 해온 업무와 결이 잘 맞았고 더불어 올해 집필한 내 책 경험도 엄청난 가산점이 되는 포지션이었다.
(1) 이력서 다시 쓰기
- 간략한 텍스트 기반 경력 기술서
첫 면접은 나만 뿌듯한 포트폴리오를 중점으로 준비했는데 그건 면접관에 대한 배려가 아닐 수 있다 판단하여 텍스트 기반 경력 기술서를 다시 작성했다.
- 공고 기반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 정리하기
자기소개서 및 포트폴리오 내용은 채용 공고 분석을 기반으로 다시 작성했다. 채용 공고를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서비스 운영 정책 수립 및 운용'이었다. 밤을 새 가면서 그간 실패를 바탕으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진짜 반드시 이직에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그 결과 서류에 합격했다.
원래라면 면접 질문 답변 준비를 바로 시작했겠지만 이번엔 서비스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면접 질문 답변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2) 서비스 분석
채용 공고를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서비스 운영 정책 수립 및 운용'이었다.
모두가 사용하는 서비스이기에 내가 다른 후보와 차별점을 가져야 했다. 내 자랑만 늘어놔선 절대 합격할 수 없다 판단했다. 해서 이 포지션에서 추구하는 역할과 이미 나와있는 자료를 매일같이 트래킹 하며 정리했다.
운영 정책은 서비스 FAQ, 이용약관 등에서 발췌했고 이를 그룹핑하며 구조화했다.
정보 양 자체가 많다 보니 어떤 형태로 정리할지 포맷을 정하기 어려워 figma에 정리를 시작했다.
큰 대지에 정보를 하나씩 적다 보니 '이건 이렇게 시각화하면 내가 다시 봐도 이해가 쉽겠구나.'
그리고 공고에 나온 수행 업무 별 경쟁사와 현 회사의 서비스를 분석해 어떤 경쟁 우위가 있는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를 정리했다. 이렇게 모든 프로세스를 정리하다 보니 서비스 내에 보완이 필요한 점, 왜 다른 회사처럼 구축하지 않았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며 서비스 분석을 구체화했다.
[1차 면접 준비]
이 모든 분석 과정을 끝내고 급급하게 1차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질문 답변 정리를 면접일 2일 전에 시작해서 마음이 다급했지만 아래 표처럼 정말 방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팔로 업했다. 그러니 '나만큼 이 서비스 이렇게 고민해온 사람 없을걸?' 이 마음으로 내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었다.
[1차 면접]
면접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몇 주간 서비스에 대해 공부한 내용 기반으로 답변을 술술술 푸니 면접관 분들도 서비스 기획자 관점에서 많이 분석하시고 오셨네요, 할 정도로 순탄했다. 또한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팀 미팅하는 분위기라 마지막 멘트로 '입사하게 된다면 함께 일할 분들인데 정말 꼭 합격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치고 마쳤다.
[2차 면접 준비]
대부분 기업이 2차 면접은 인성면접이라 인재상과 핏하다면 쉽게 간다고 하지만 이 기업 면접 결과를 찾아보거나 이미 다니고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봤을 때 2차 면접이 정말 쉽지 않다고 했다. 대부분 실무를 통해 임원이 된 경우가 많아 실무 역량을 깊이 있게 물어본다고 했다.
전문성과 성과를 인정받아 그 자리에 올라간 임원의 면접은 정말 온몸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줬다.
그랬기에 1차와 달리 기업 전반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을 확인하고자 ESG보고서를 분석하고 1차 때 분석한 서비스 분석에서 더 나아가 정책 분석까지 더 많은 범위를 확인해 나갔다.
꼭 가고 싶은 기업이니 만큼 2차 면접은 기성 대기업에 합격한 친구에게 모의 면접을 부탁해 주말에 시간을 내어 모의 면접도 보고 질문 보강을 하며 주말을 보냈다. 빠트린 건 없을까, 더 챙길 건 없을까 고민했지만 이 고민의 시간도 좀 더 자료를 찾아보고 질문을 보강하며 보냈다.
이제 대망의 면접이 남았다.
[2차 면접]
2차 면접은 끝나고 떠오른 생각이 하나였다. '나 떨어질 수도 있겠다.'
왜 그랬냐면 내가 몸담아온 회사를 선택할 때 생각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선택했었고 더 나은 선택지를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은 것처럼 답을 했었다. 또한 서비스 규모도 크게 차이 나서 나에 대한 확신이 있을까란 의문도 들었다. 더 나아가서 나는 내 전문 영역에서 더 세분화된 영역으로 지원했음에도 그 세분화된 영역에서 내 5년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점들이 나를 계속 괴롭혔고 더 나아가 면접 결과 일정도 지연됐다.
초조했다. 매일 메일을 들어가 보고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직장인 커뮤니티에 내가 지원한 회사 발표가 났는지 확인하느라 들락날락거렸다. 아무리 마음을 잠재우려 해도 답도 모르겠고 답답했다. 정말 죽을 상을 하며, 나 이번에도 떨어지면 이제 정말 어찌해야지? 내 욕심과 걱정을 잠재우고 현 회사에만 올인해야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만 던졌다.
[최종 합격]
그리고 8일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메일을 보자마자 남편에게 전화해서 눈물을 흘리며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처우 협상이 완료될 때 까진 회사에 공유해선 안된다는 경험자들의 조언이 있었기에 회사에 말할 수 없었다. 정말 근질거렸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 고비를 넘었다.
이제 이직의 주도권이 나에게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