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가 이렇게 남아도 될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결과 (2/3)
회사에서 나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었다. 물론 이는 성과급으로 추정해볼 수 있고 인사 담당자, 팀장님의 언행 속에서 스치듯 파악한 거긴 하지만 나에게 모두 우호적이었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일 평가가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 같았기에 나에 대한 평가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다.
그렇게 복직했고 처음 한 달간은 일과 육아 병행이라는 스케줄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처음 워킹맘 생존 일지를 쓸 당시 나의 절박함이 나타나 있다. 남편은 업무가 너무 많아 새벽 수유만 가능했고 이 외 모든 육아는 내가 책임져야 했다. 어린이집 짐 싸기, 어린이집 등원, 선생님들과 소통, 아기 하루 스케줄 확인 등 집에 돌아와서도 쉴 틈 없이 해야 할 과중한 일이 있었다.
난 언제쯤 편히 쉴까, 라는 고민을 이 시기에 가장 많이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기가 통잠을 일찍 잔 편이라 손이 많이 안 갔지만 출퇴근에 쏟는 에너지와 날 기다려온 회사 동료들과 스몰 톡은 점점 내가 쉬는 시간조차 없어지게 되었다.
이때 내 마음속 울림은 딱 하나였다.
혼자 있고 싶다.
업무도 복직해서 진행하다 보니 그간 진행돼온 상황을 동료와 함께 얘기하며 문제를 해결해가다 보니 회의나 대화를 할 일이 정말 많았다. 혼자 일하는 시간보다 미팅 시간이 훨씬 길었던 것도 마음속 울림이 더 강해지게 한 계기였다. 워킹맘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걸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 시기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대화가 즐겁지 않고 힘들었다.
그렇게 회사에 복직해서 일을 하다 보니 재택근무라는 근무 체제보단 다른 곳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 서비스는 사용자가 너무 작아.'였다.
사용자 규모에 상관없이 업무는 정교하게 잘해야 하는 게 많지만 사업 특성상 사용자를 파격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상태라 수치가 너무 작아서 이 부분도 늘 갈증이 있었다. 더 큰 사용자 규모의 서비스를 운영해 보고 싶고 기획 및 프로젝트 관리에 따라 수치가 변하는 것을 체감하고 싶었다. 좀 더 데이터로 나를 압박하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궁지에 몰렸을 때 훨씬 성장할 수 있고 그 성장의 기한은 유한하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더 높은 단계로 가지 못하면 나는 평생 이 정도 규모의 사용자 서비스만 운영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도 증폭됐다. 이 역시 내가 복직하며 일을 하다 보니 찾아낸 갈증이었다.
그러던 중 24시간 정말 활발히 사용자 데이터가 모이고 이를 내부에서 확인해야 하는 회사의 채용 공고를 봤다. 근무강도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누누이 들었지만 도전은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지원했다.
지원 결과 운 좋게 면접까지 가게 됐다. 규모가 꽤 있는 회사였는데 1차 면접 후 입사 여부가 판가름이 난다 하여 의아했지만 성실히 면접 준비를 했다.
준비를 할 때 이전 탈락한 면접에서 느낀 점을 보완해서 준비했다.
바로 유명한 서비스일수록 경력직 면접이라도 본인의 경험만큼 서비스 분석을 철저하게 해 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서비스는 내가 정말 한 번도 안 써본, 관심이 많지 않은 서비스였지만 이때만큼은 성정을 원하기에 철저하게 준비했다.
(1)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들을 보며 일하게 될 팀 구조를 파악
(2) 업무 이해관계자 파악
(3) 서비스 구조 파악
(4) 경쟁 서비스 대비 우위 분석
(5) 예상 면접 질문 준비
분석이 끝남과 동시에 내 이력서와 분석한 자료를 보며 예상 질문에 답변을 적어나갔다.
복직한지도 2달 차였고 우선 서류 합격을 하고 나니 자신감이 상승해서 생각보다 술술 예상 질문에 답을 달았다. 잘 풀린 만큼 정말 자신감 있게 면접에 임했다. 면접은 화상 면접이었고 1:3였다. 내가 느끼기에 면접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입사 가능일자를 물어봤다. 하지만 불안감이 있었다. 면접에서 내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바로 업무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이었다. 수많은 데이터 분석 및 업무 자동화 경험이 없었던 내가 이렇게 면접을 보게 된 이유는 면접 마지막에 질문했던 "저를 왜 뽑으셨나요?"에서 알 수 있었다. "업무경력 자체는 핏이 딱 맞지 않지만 개인 성향이 저희와 잘 맞을 것 같아 연락을 드렸어요."라고 답변 주셨다.
그리고 일주일 뒤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때 아쉬움도 컸지만 느낀 점은 경력직 면접은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경력 핏이 딱 맞지 않는다면 합격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나를 갈고닦고 늘 준비해 둬야 한다는 얘기기도 하다. 불합격 통보를 받고 한동안은 멍했지만 결과 대기를 하는 동안 내가 남편에게 습관적으로 했던 말은 "합격해서 내가 상황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그냥 떨어지면 좋겠다."였는데 정말 현실화되어 놀랐고 말한 대로 되는구나도 깨달았고 한편으론 안도하기도 했다. 복합적인 감정을 끝으로 이번 도전도 현 회사 유지라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때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이유도 확실히 생기긴 했다.
나 정말 사용자 규모가 큰 서비스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