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세계관이라는 톱니바퀴

나로부터 시작된 유일한 세계

by 라솔




지리, 시대, 사회, 문화라는 톱니들




한 인간의 태어남이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조건이 따른다. 그중에서도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는 근간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향이라는 것. 나고 자란 그곳은 전인격적인 양분이 된다. 기후나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 생활양식은 어마어마하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단일민족이 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다양만 인종이 사는 나라도 있고, 추운 극지방이 있는가 하면 일 년 내내 뜨거운 아프리카가 있고 사계절이 존재하는 나라도 있으니 각각의 지리적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생활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그뿐이 아니다. 어느 시대에 태어났는지 역사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각 시대가 처한 상황은 한 사람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조선시대에 태어나 자신의 재능 한 번 꽃 피우지 못하고 죽어간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여인들 뿐 아니라 시대에 따른 신분 계급 사회에서는 종으로 태어나 인간의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로 가득하다.

결국, 지리적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회와 문화가 형성되면서 한 인간은 그 굴레에서 만들어져 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머무는 배경은 이야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인공이 살아갈 시대와 장소를 설계하는 것. 작가들은 이것을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이야기 속 시간, 시대, 사회, 문화의 톱니들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세계관이라는 톱니바퀴는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무대인 것이다.






현장감을 느끼게 해라!




처음 아이들에게 인물에 대한 설정을 하라고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배경 설정이다. 한 사람이 존재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듯 등장인물들에게도 살아갈 배경이 필요하다. 연극무대는 인물들이 활동하는 장소이자 세계관이다. 스토리가 현실 혹은 무대와 다른 점은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다는 것인데 독자는 텍스트로 배경을 상상한다.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각 독자의 경험에 따라 펼쳐지는 세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구만큼이나 다른 것이다. 자 그렇다면 배경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배경을 왜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설정하는지 의문을 갖는 아이들이 있다. 그럴 때면 늘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한 가지다. 현장감!

완벽에 가까운 배경 설정은 독자가 마치 주인공과 함께 하는 착각 속에 빠지게 한다. 촘촘한 배경을 설정하면 독자는 마치 스쿠버 다이버처럼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다. 말로만 들었던 그 생명체가 눈앞에서 같은 공간을 감각하는 경이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주인공이 주로 다니는 골목,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떡볶이를 사 먹는 그 분식집, 힘들고 지칠 때면 찾아가는 놀이터에 흔들 거리는 오른쪽 빨간 의자 그네. 지금은 사라졌지만 100년 전에 존재했던 신분제도 때문에 주인공이 겪어야 하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응원하는 마음들. 아주 작지만 구체적인 배경 설정은 독자가 그곳에서 주인공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설계다.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세계




라솔에서 글을 쓰는 꼬마 작가들은 배경설정에 진심이다. 하도 귀가 따갑도록 듣는 것이 현장감 넘치는 배경이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짜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마치 건축가가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하듯 주인공의 상황을 헤아리려고 애쓴다. 기억에 남는 중학생 친구가 있었다. VR 세계 속에서만 사는 100년 후 미래가 배경인 이야기를 썼는데 어찌나 꼼꼼하게 설계를 했는지 그들만이 통용되는 아주 독특한 사회규범과 법을 설정해서 그 세계만의 생활양식을 구체적으로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내가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에서 뭘 원하는지 물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진짜로 VR 속 세상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할 정도로 훌륭한 세계관을 완성시켰다. 뭐,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필요에 잘 부합하는 배경이 만들어지면 사건은 저절로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다.

이렇게 세상에 없는 단 하나뿐인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건 아이들 모두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이야기도 없는 것이다. 세계관은 창작하는 아이들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있다. 경험해 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해안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그 이야기가 크고 작든 상관없이 창조자의 영역에 발을 디뎌 보는 감격스러운 만족감이 아닐까?

세계관은 단순한 무대장치가 아니다. 오직 내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고유한 세상, 작가는 그 세계의 첫 번째 거주자 이자 독자에게 길을 열어주는 아내자이다.

오늘도 라솔서재에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세계가 펼쳐지기에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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