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채혈보다 MRI 촬영이 더 아프다

by 밝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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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에게 채혈, MRI(자기공명영상), CT(전산화단층촬영)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검사들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중에서도 MRI 촬영이 가장 힘들다.


채혈은 암을 알기 전부터 이미 일상이었다.
모체 감염으로 시작된 B형간염 보균자라 1년에 두세 번씩 채혈을 해 왔다.

덕분에 바늘이 찔리는 순간에도 비교적 잘 참는 편이다.
물론 아프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MRI는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MRI 덕분에 내가 폐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더 신기한 건, 폐소공포증을 느끼는 공간이 유일하게 MRI 기계뿐이라는 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웃긴 일이다.
암 수술도 잘 받고, 지금은 일상생활도 무리 없이 하고 있는데 MRI가 뭐라고 이렇게 두려워하다니. 이제는 적응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쉽지 않았다.


CT는 기계가 얇고 사방이 비교적 트여 있어 폐쇄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MRI는 다르다. CT보다 훨씬 깊고 좁은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아주 좁은 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MRI 검사를 받으려면 먼저 옷을 갈아입는다. 여름에는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그냥 들어간 적도 있었지만, 오늘은 한겨울이라 병원 가운으로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조영제를 맞기 위해 팔에 주사기를 꽂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MRI 기계 위 침대에 눕는 것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잠시 후 호흡을 재는 장치를 배 위에 두르고 커다란 상판을 몸 위로 덮는다. 기계 소음을 막고 방사선사의 지시를 듣기 위해 헤드폰을 착용한다.


이 모든 장비가 갖춰지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빼고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왼손에는 작은 공 모양의 버튼을 쥐여 준다. 응급벨 같은 것으로, 도저히 힘들면 이 버튼을 누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이 모든 과정이 유난히 답답했다. 배 위의 상판은 몸을 너무 누르는 것 같았고, 헤드폰은 머리를 조이는 느낌이었다.

침대가 터널 안으로 들어가자 ‘이건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검사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결국 터널로 들어가자마자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방사선사는 침착하게 몸에 둘러진 장비들을 다시 조정해 줬다.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다시 들어갔다.


이번에는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방사선사도 내 상태를 알아챘는지 이번에는 침대를 더 깊숙이 밀어 머리가 긴 터널을 지나 바깥으로 나오게 해 줬다.


잠시였지만 검사실 천장과 방사선사의 모습이 보이자 그제야 숨이 트였다.

본격적인 검사는 그렇게 시작됐고 20여 분 만에 모든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폐소공포증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실제 관에 들어가는 입관 체험을 했을 때도 그랬다.


암은 나에게 폐소공포증을 알려줬다. 그런데 이 증상이 MRI 기계에서만 나타나는 걸 보면 이건 폐소공포증이 아니라 ‘MRI 공포증’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다.
나는 채혈보다 MRI 촬영이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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