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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별 Sep 07. 2024

“제가 암인가요?”

암이 내게로 왔다

강남차병원에 가기 위해 자주 지나다녔던 언주역

암이 내게로 왔다.     


지난 2023년 3월 22일 내 몸속에서 암을 처음 만났다.

생각지도 않고 달갑지도 않았던 그놈은 내 몸속 간에 살고 있었다.     


그놈은 따지고 보면 시간 문제였을 뿐 언제든 날 찾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체 감염으로 인한 B형간염, 과체중으로 인한 당뇨,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 그리고 젊은 시절의 음주. 이 모든 게 차곡차곡 내 몸속에 쌓여 암을 키우고 있었다.     


“살 빼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없었다는 말이 더 맞다.     


나는 강남차병원에서 오랫동안 간을 관리해 왔다. 고혈압과 당뇨도 마찬가지다.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채혈과 초음파를 통해 간상태를 관리해 왔었다. 물론 회사 건강검진도 빠지지 않고 해 왔었다.     


그러다 2022년 이직을 하고 건강검진을 빼 먹었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서둘러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그때 그 놈이 찾아왔다. 초음파 검사 후 이어진 CT 촬영에서도 그놈은 모습을 보였다.      


크기는 1.4cm. 당시 담당 의사는 간암 확정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좀 더 큰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고 나는 여러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선택했다. 다행히 강남차병원의 전원 서비스를 통해 한달쯤 뒤인 4월 2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첫 진료를 받았다.     


병원 전원 서비스를 신청하고 준비한 병원 검사 기록지와 CD


서울아산병원에서는 4월 28일 MRI를 촬영했고 5월 10일 결과를 확인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MRI 검사 결과를 지켜보던 담당의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제가 암인가요?”

“네 암입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내가 직접 물어 봤을까. 환자들에게 암을 알리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어서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환자인 내 입장에서는 암 유무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굳이 따진다면 몇 기인가요?”

“1기입니다”     


아내는 내 뒤에서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40대 초반에 암이라니... 이런 게 청천벽력같은 소리구나 싶었지만. 난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동요는 없었다. 당시 내 머리 속에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더 가득했다. 그래서 난 담당 의사에게 물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미 나빠진 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현상 유지가 최선입니다.”     


참 절망적인 대답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무력감이 들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사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의사가 입을 열었다. 


“환자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살을 빼는 겁니다.”      


130kg이 육박하는 과체중이다 보니 살을 빼면 수술을 하는데 좋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미 3월부터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이날 담당 의사의 말을 들은 이후 나는 다이어트에 더 매진했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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