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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별 Sep 11. 2024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립암센터로...수술 방법 찾기

고주파 치료 or 절제 수술?

 

정발산공원에서 바라 본 하늘

간암 판정 이후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수술 방법을 선택하는 문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권한 수술 방법은 고주파 치료였다. B형 간염, 지방간, 간경화(간경변) 등이 모두 와 간 상태가 많이 안 좋기 때문에 고주파 치료 밖에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물론 비만으로 인한 문제도 있었다. 여러 이유로 수술중 몸이 잘 버텨줄지 수술 이후 예후가 좋지 않을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담당 의사는 소견은 간단명료했다. 조심스레 절제 수술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의사는 어렵다고 말했다.      


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만큼 그날 즉시 고주파 치료 날자를 잡았다. 수술 날자는 2주 뒤인 5월 24일이었다. 수술 날자를 빨리 잡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실을 나설 때 난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암에 걸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명확했기 때문에 잡다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내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입을 열면 겨우겨우 참고 있는 아내의 눈물샘이 폭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고등학생 시절 이미 어머니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가족 상실에 대한 아픔이 있었던 만큼 남편의 간암 판정은 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많은 암 환자들이 그렇듯 나와 아내도 집에 돌아와서는 여기저기 다양한 수술법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각종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고 신문기사들을 보면서 다양한 정보를 체크하고 알아봤다.      


하지만 난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담당의사가 확고하게 소견을 말하기도 했지만 내 간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원래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출근을 해 회사에 간암 판정 사실과 수술 날자를 알렸다. 같이 일했던 시간이 길었던  사장님은 많이 놀랐다.     


“간 안 좋은 걸 알고 술도 안 먹였는데... 정말 간암이 맞아?”

“믿을 수가 없다. 다른 병원 두세 군데서 더 검사를 받아봐”     


사실 난 서울아산병원의 소견대로 고주파 치료를 받을 생각이었다. 다행히 암의 크기가 크지 않고 수술 날자도 금방 잡혀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장님의 조언을 듣고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아내와 다시 상의를 했고 집에서 가까운 국립암센터에서 다시 검사를 받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른 병원에 대한 조언도 들었지만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국립암센터에 가기로 결정한 건 가까운 거리도 있었지만 양성자 치료가 가능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수술 대신 양성자 치료가 몸에 무리가 덜 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국립암센터 외래수납 창구

국립암센터 진료 예약도 강남차병원 전원 서비스를 이용했다. 개인적으로 예약을 잡는 것 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암 판정을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도 안 돼 예약이 잡혔다.      


국립암센터 진료는 빠르게 진행됐다. 5월 16일 담당의사와 첫 상담을 진행했고 다음날 곧장 CT를 찍었다. 23일 담당의사와 두 번째 면담을 가졌고 25일에는 초음파 검사와 함께 고주파 수술 담당 의사와 면담을 가졌다.      

담당의사는 간 상태가 안 좋은 게 맞지만 절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고주파 치료를 권한 이유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난 조심스럽게 양성자 치료에 대해 물어 봤다.     


의사의 설명에 따르면 양성자 치료는 20일 동안 매일같이 방문해 준비시간 포함 1시간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하고 암 상태에 대한 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했다. 그 기간이 1년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치료 자체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게 맞지만 치료 결과를 알 수 있는 기간이 너무 긴 게 단점이었다.     


아내와 난 고민 끝에 양성자 치료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담당의사와 함께 고주파 치료가 나을지 절제 수술이 나을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로 했다.     


담당의사는 고주파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와의 면담을 추천했다. 내 간 상태를 직접 보고 그 의사의 소견을 들은 뒤 수술법을 최종으로 결정하자는 취지였다.     


아내와 나는 초음파 검사일에 맞춰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밖에서 대기하던 아내는 검사실에 나는 소리 하나에도,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했다. 너무나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초음파 검사를 마친 담당의사는 내 검사 이력과 함께 결과를 보며 왜 왔는지를 먼저 물었다. 강남차병원, 서울아산병원을 거쳐 국립암센터까지 총 3개의 병원을 거친 이력을 보니 내가 암판정에 대해 받아 들일 수 없어서 병원을 여기저기 다니는 줄 알았던 것이다.     


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고주파 치료를 권했던 내용과 국립암센터에서 소견을 다시 설명했다. 담당의사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고 초음파 검사 결과를 다시 한번 찬찬히 살폈다.      

국립암센터 72병동에는 간담도췌장암 환자들이 있다.

검사 결과를 살펴보던 의사는 오히려 왜 절제 수술이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절제 수술을 하는게 낫다는 조언이었다.


그 이유는 내 간 속의 암 위치가 맨 밑에 있어서 깔끔하게 절제가 가능하고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데 간 상태가 더 나빠진다면 그때는 절제 수술이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먼저 절제 수술로 암을 제거하고 혹시라도 재발을 하면 그때 고주파 치료 등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또 비록 간의 상태는 좋지 않지만 젊은 만큼 수술을 잘 준비해서 처음부터 깔끔하게 암을 제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이다.     


고주파 수술 담당의사와의 면담으로 아내와 나의 결정은 명확해졌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내 간 상태가 수술하기에 너무 안 좋은 상태라고 해서 수술을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현직 의사였던 아내의 지인도 내 검사 결과를 보고는 간 상태가 많이 안 좋아 수술을 할 경우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아내와 나는 국림암센터에서 절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필자

수술은 6월 5일 오전 8시로 잡혔다.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로 진행하기로 했고 수술 예상 시간은 3시간이었다.     


수술 당일 오전 8시 나는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수술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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