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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하 Aug 12. 2020

8명이 함께 살면 불편하지 않아요?

자취방 연대기#10

A. 불편합니다.

 

 나의 즐거웠던 해외생활은 쫓기듯 마무리 되었다. 돌아왔을 때 수중에 남은 돈은 없었다. 단 1원도 남기지 않기 운동을 한 것 마냥, 한국에 들어오기 전 호주에 들러 여행비로 모조리 사용했다. 빈털터리가 된 나는 부모님 집에서 기생하며 일곱 번째 자취방을 물색했다. 모아둔 돈은 없고, 부모님께 많은 돈을 부탁하기엔 염치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쉐어하우스. 해외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사는 것에 길들여져 있었으니 동거인이 생기는 것쯤은 개의치 않았다.


 쉐어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보증금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500만 원 이상으로 내 신분을 보증해야만 집을 빌릴 수 있는 원룸과 달리, 월세의 두 세배 가량의 값을 지불하면 방 한 칸을 빌릴 수 있다. 그러니 목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목돈은커녕 모아둔 돈 한 푼 없던 나는 아빠의 도움을 받아 학교 근처의 쉐어하우스, 방 한 칸을 빌릴 수 있었다. 보증금 약 150만 원에 월세 50만 원쯤 하던 그 방은, 보증금은 역대 자취방 중에 가장 저렴했지만 월세는 가장 저렴하지 않았다. -해외 자취방 제외하고- 고작 방 한 칸을 쓰는 것이었지만 집의 조건이 꽤나 좋았기 때문이다. 50평은 될 만한 크기의 브랜드 있는 아파트에서 산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보안이 철저했고 편의시설이 있었으며 노후되지 않아 깔끔했다. 물론 금방 더러워지기 십상이었지만.


 크기가 넓은 만큼 많은 이들과 공유해야 했는데 동거인 수는, 생각보다 더 많았다. 8명이 함께 산다는 것, 생각만큼 신경 쓰인다. 화장실 순서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야 했고, 집 안의 규칙이 깨지기도 쉬웠다. 그러다 보니 쉽게 거실이나 화장실이 손댈 수 없을 만큼 더러워지기도 했다. 다행히 한 달에 한 번씩 청소를 도와주시는 분께서 집안을 깨끗하게 만들어주셨기에 한 달 중 일주일은 사람 사는 집 꼴을 흉내 낼 수 있었다.

 그 아파트의 분리수거는 일주일에 딱 한 번만 할 수 있었는데, 그 날마다 청소당번을 정해두고 쓰레기를 처리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가끔 그 당번이 자신이 당번인 줄 몰랐다든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일로 인해 처리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곤 했다. 그럴 때면 8명이 사용한 쓰레기들이 2주 동안 쌓이고 쌓여 집 안에 쓰레기장이 생기는 꼴이었다. 굳이 2주간 모으지 않아도 일주일 동안 쌓인 쓰레기는 항상, 언제나 가득했다. 최소 세 박스에서 다섯 박스 분량의 쓰레기들을 한 번에 버려야 했으니 두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당번일도 꽤나 성가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리수거 날이면 당번이 깜빡하고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며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문제는 분리수거만이 아니었다. 각자의 생활이 바빠 집안 청소를 소홀히 하기 일수였는데, 여러 명이 함께 사는 집에서 단 한 명만이라도 뒤처리를 잘하지 않으면 집안 전체에 큰 타격을 준다. 하루는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던 이상한 냄새에 하우스 메이트들이 치를 떨었다. 그 알 수 없는 냄새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음식물이었고, 단 한 명이 먹고 처리하지 않은 그것 때문에 전체가 고통받아야 했다. 청소뿐만 아니라 빨래 같은 경우에도, 한 명만 제때에 자신의 빨래를 걷지 않으면 공간이 부족해져 전체가 불편함을 겪는다. 그렇게 공동체 생활의 온갖 단점을 체감했던 생활이었다. 


 네 번째 쉐어하우스. 수많은 갈등이 있었다. 딱히 누군가와 다투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곱 명의 동거인들과 나의 생활 패턴이 맞을 리가 만무하다. 정리 방식이나 청소 주기가 맞지 않는다든지, 먹는 음식의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든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 꽤나 크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무려 2년을 그곳에서 살았다. 쉐어하우스는 물론, 내가 지냈던 자취방 중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집인 것. 분명 단점이 존재한다. 앞서 말한 단점들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오래 살았던 이유. 함께 살기에 누릴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장기 투숙할 수 있었다. 단점들을 아우를 만한 큰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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