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다.
■ 하루에 한 번 이상은 하는 일. 밥 먹고, 똥 싸는 일
말은 좀 직설적이지만, 이보다 더 확실하고 평등한 진리가 또 있을까?
누구나 밥은 먹는다.
근데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먹느냐는 정말 다르다.
누군가는 일요일 아침마다 부모님 집에 가서, 묵은지 넣은 돼지 김치찜에 갓 지은 밥을 비벼 먹는다.
또 어떤 사람은 바쁜 출근길에 간신히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들고 서서 한 젓갈 떠먹는다.
자취생은 냉장고에 남은 반찬이랑 햇반 돌려서 대충 먹고, 어떤 사람은 매일 와인에 고급 스테이크를 곁들인다. 같은 밥이라도, 누군가에겐 ‘사는 맛’이고, 누군가에겐 ‘살기 위한 일’이다.
어떤 아이는 ‘밥 먹자’는 말에 식탁으로 달려오고, 또 어떤 아이는 밥보다 스마트폰이 더 중요하다며 투덜댄다. 밥상머리 풍경은 집집마다 다르다.
그래서 ‘밥’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먹는 행위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다음은 똥이다.
조금 민망하다고 하지만 이건 진짜 중요한 이야기다.
아기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저귀에 응가를 하고, 엄마 아빠는 그걸 웃으며 닦아준다.
유치원 가는 아이들은 “엄마! 나 똥 마려워!” 하면서 바쁘게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화장실 앞에서 엄마가 지켜보며 응원(?)을 해주기도 한다.
“다 했어? 닦았어? 물 내렸어?” 같은 익숙한 질문들.
어른이 돼서는 다들 조용히 처리하지만, 의외로 ‘똥 얘기’는 많은 일상 속 대화 주제다.
“어제 치킨 먹고 배가 너무 아파서 밤새 화장실만 왔다 갔다 했어.”
“요즘 장이 안 좋아서 아무거나 못 먹겠더라.”
“출장 갔더니 화장실이 너무 불편해서 이틀을 못 봤잖아.”
심지어 여행지 선택 기준이 ‘화장실 청결도’일 때도 있다.
야외에서 급하면 당황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줄 서서도 참는다.
내 몸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걸 ‘숨겨야 할 일’처럼 생각하곤 한다.
예전에는 이 똥마저도 계급이 갈렸다.
조선 시대 양반은 넓고 정갈한 재래식 화장실을 쓰고, 평민들은 뒷간 한쪽을 나무 판자로 겨우 막은 공간에서 일봤다. 놀라운 건, 그 당시 ‘똥’이 귀한 자원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사람의 똥을 거름으로 쓰다 보니, 어떤 집 똥이 더 좋으냐에 따라 농사가 달라지기도 했고, 똥을 사 가는 장사꾼까지 있었다. 지금은 똥 얘기 하면 코웃음을 치지만, 과거엔 생계와 직결된 이야기였다.
요즘은 화장실도 최신식이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비데, 자동 센서, 향기 나는 스프레이까지.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똥 이야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어차피 모두 싸고, 모두 먹는다. 안 싸는 사람도, 안 먹는 사람도 없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잘 먹었어요!”다.
그리고 가장 흔하게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오늘 응가했어?”다.
이 두 가지가 잘 돌아가면, 일단 큰 걱정은 없다.
그만큼 밥 먹고 똥 싸는 건 삶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게, 정말 잘 먹고 잘 싸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뭘 먹고, 어떻게 싸느냐가 우리의 리듬과 건강, 삶의 여유까지 말해주는 건 아닐까?
조금 더 뻔하고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해보자면,
‘누구나 밥 잘 먹고 똥을 잘 싼다’는 말은,
‘누구나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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