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노벨과학상을 받을 날이 오겠지
종종 김박사넷이라는 커뮤니티의 인기글을 읽어본다. 요새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오늘은 허준이 교수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https://phdkim.net/board/free/63065
허준이 교수는 군대 안 가기 위해서 미국 국적 택한 것 같이 보이는데, 유승준의 경우는 욕을 하고 허준이 교수는 왜 한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는 반응인가?
댓글을 보면 대체적으로 글쓴이의 생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유승준은 본인이 간다고 했는데 안 간 것이라 욕을 먹는 것이고, 허준이는 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군대 빼고 학창 시절을 전부 한국에서 보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괜찮다는 이야기도 있다. 왜 미국으로 인재를 빼앗겼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미 교포들을 한국인으로서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는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고, 한국 수학계도 이를 통해 국가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될 일이다. 허준이 교수는 교육이야 한국에서 다 받았지만, 연구 측면에서는 한국 학계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한국 연구자가 한국 연구 커뮤니티에서 성장했을 때 필즈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지금 당장은 그 누구도 떳떳하게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눈에 띈다. 한강 작가는 순수히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어로 책을 썼지만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어떻게 노벨문학상을 받았을까? (1) 일부 보수 세력에서는 매우 싫어하지만, 그의 책은 지극히 한국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다. 즉, 그의 책은 해외 작가들의 책들과 차별성이 있다. (2) 한강 작가의 책은 물론 잘 쓰였을 것이다. (3) 그의 책은 영어로 번역이 되면서 서구권에 알려졌고, 맨부커 상을 비롯하여 여러 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 연구자가 노벨과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1) 해외에서 하지 않는 새로운 연구를 해야 하고, (2) 매우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하며, (3) 연구자 개개인이 외국 연구자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첫 번째와 관련하여 정부는 새로운 연구를 하도록 도와야 한다. 거대연구에 많은 지원을 하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남들이 아예 관심이 없는 것들도 연구를 하도록 도와야 한다.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 3인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이 GaN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는 아무도 그것을 연구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크게 덧붙일 말이 없다.
세 번째와 관련하여, 연구자들은 모두 영어로 논문 작성하니 논문을 번역할 건 아니다. 연구재단을 바롯 하여 학교들이 훌륭한 연구자들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수도 있을 것이고, 전통적인 매체 말고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우리도 노벨상처럼 수상자들이 강연을 하게 하고, 이를 YouTube에 올릴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