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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은 심사를 통과해야 학위를 준다

결실을 잘 맺자

by 잔박

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졸업 요건만 맞추면 졸업이 되었지만,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으려면 석사든 박사든 누군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석사는 대체로 지도교수 포함해서 3명, 박사는 지도교수 포함해서 5명의 심사위원이 있다. 박사의 경우는 한 명 정도는 외부 심사위원이 필수이기도 하다. 지도 교수와 심사위원을 의논해서 결정하고 심사위원을 위촉하도록 하자. 학과에서 심사 시간을 일괄 배정하는 경우도 있고, 심사자가 심사위원들에게 연락해서 일정을 조율하기도 한다.


석사는 2년으로 짧기 때문에 심사를 한 번 정도 보며, 발표 시간도 20~30분으로 짧은 편이다. 일반 청중도 와서 들을 수 있지만, 대체로 심사받는 다른 학생 정도가 참석할 것이다. 짧은 발표를 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게 된다. 심사위원들이 논의하고, 보완할 것이 있다면 수정하라고 할 것이다. 학위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한 번 정도 더 심사위원들과 회의하기도 한다. 반면 박사는 기간이 2배로 4년 정도이기 때문에 좀 더 까다롭다. 박사 학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추가로 심사를 두 번 한다. 자격시험은 말 그대로 박사 학위를 할 만큼 해당 학과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잘 공부했는지 보는 것이다. 실제로 시험을 보는 학교들도 있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통과시켜주기도 한다.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예심을 해서 학위 기간 어떤 일을 할지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본심(또는 종심)에서 실제로 연구한 내용을 발표한다. 아쉽게도 제도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예심 보고 바로 다음 학기에 본심을 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석사학위와는 다르게 박사 학위 본심은 한 시간 정도로 심사 시간이 더 길다.


발표 자료와 관련해서 몇 가지 조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학위 과정 동안 지도교수가 시킨 일을 주로 하다 보면 한 가지 주제로 엮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공통된 주제를 찾아서 하나의 뼈대로 연구 내용들을 정리하는 게 좋다. 안 그러면 논문 심사 발표가 학회 구두 발표를 모아놓은 것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게 되고,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발표 자료에서 디자인이나 폰트는 일관되게 하는 것이 좋겠다. 복장은 가급적 보수적으로 입는 것이 좋겠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양복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 심사 때는 양복을 입었던 것 같다. 발표 장소에서 미리 발표 연습을 간단하게나마 해봐도 좋겠다. 첫 몇 장의 슬라이드는 완벽하게 준비한 대로 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분위기를 봐가면서 조금씩 바꿔도 괜찮을 것이다.


발표가 끝나고 나면 질의응답 시간이 있는데, 석사 학위 심사도 잘 준비해야겠지만, 박사 학위 심사라면 특히 더 잘해야 한다. 석사에게 기대하는 것과 박사에게 기대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심 심사를 소위 디펜스(defense)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질문의 강도가 세다. 지도교수와의 어느 정도 협의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통과를 할 것이지만, 질문에 지나치게 제대로 대답을 못 하면 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어떤 지도교수는 다른 심사위원이 센 질문을 하지 못하게 본인이 센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질의응답 시간 이후 심사위원들만 방에 남아 논의를 하고, 학위 심사자가 다시 방에 들어와 결과를 듣는다. “축하하네! O 박사”라는 말이 꽤 상투적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꽤 감동적인 말인 것 같다.


본심 이후에는 심사위원에게 도장이나 사인을 받아야 한다. 심사 당일에 받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따로 심사위원들을 찾아뵙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덕담을 들을 수도 있고, 뒷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도 있다. 이후 학위 논문을 제본해서 도서관에 제출하고, 청산 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해야 할 것이다. 학위 논문은 인터넷에 공개되는 경우가 많고, 필자의 학위 논문 역시 인터넷으로 찾아서 볼 수 있다. 아직 논문으로 출판되지 않은 데이터가 있다면, 공개를 미룰 수 있으니 예외 규정을 잘 찾아보자.


이런 방식의 심사가 모든 국가에서 하는 건 아니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에서는 정말로 학생이 쓴 논문을 갖고 심사한다. 이를 바이바(viva voce, 줄여서 viva)라고 한다. 최소 두 명의 심사 위원들이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총 하나씩 읽으면서 질의응답을 한다. 한 명은 내부 위원이고, 다른 한 명은 외부 위원이다. 디펜스와는 다르게 일반 청중은 없으며, 모든 심사위원이 동의하면 지도교수가 심사에 참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이 서너 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후 심사위원들끼리 논의하도록 방을 나가야 하며, 심사가 끝나면 방으로 돌아와 결과를 듣는다.


여담이지만, 박사 과정 학위 심사를 무한정 미룰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모 학교의 경우에는 수업을 다 들은 이후 6년 이내에 학위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단 병역의무 이행 기간과 임신, 출산 기간은 산입 하지 않으며, 심의를 거쳐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때 졸업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졸업이 늦어질 것 같다면 학교 규정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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