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예쁘게 그리면 학회 발표 때도 좋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그림 하나가 있다면 다른 말이 전혀 필요 없다. 예쁜 그림을 그리려면 미적 감각이 필요하지만, 데이터를 잘 드러내는 그림은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이공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변수 사이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온도를 바꿨더니 전류가 잘 흐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 X축에 온도를 두고 Y축에 전류를 두는 식이다. 각 축의 이름(label)을 추가해 주는데, 이때 차원(dimension)을 적어준 것이 좋다. 차원이 잘 정의되지 않는 경우 arbitrary unit을 줄여 a.u.라고 적기도 하는데,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각 축의 범위는 일반 독자가 데이터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X축 값이 0도에서 100도까지 변했을 때의 값을 보여주고 싶다면, 최소한 이 값들은 다 포함하도록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너무 범위를 넓게 잡으면 변화를 보기 어려우니 적당한 값을 고르자. 데이터에 따라서 한 축만 로그 눈금(logarithmic scale)을 쓰거나, 두 축 모두 로그 눈금을 쓸 수 있다.
한 그림에 여러 데이터를 넣고 싶다면 색깔, 선 스타일, 마커를 동시에 바꾸는 것이 좋다. 온라인 저널은 PDF만 올리고, 끝이지만, 대부분의 전통적인 저널들은 실제로 인쇄한다. 저널 입장에서는 컬러 인쇄가 아무래도 흑백 인쇄보다 더 돈이 들다 보니 저자들에게 논문 게재할 때 돈을 더 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저자들이 그냥 흑백 인쇄를 요청하는 것 같다. 대신 캡션(caption)에 (color online)이라고 적어둔다. 논문 PDF를 다운해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선 스타일을 바꾸는 게 좋다. 젊은 학생들은 왜 인쇄해서 보는지 이해를 잘 못하겠지만, 필자만 해도 모니터를 오래 쳐다보면 눈이 아파서, 각 잡고 봐야 하는 논문은 인쇄해서 보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필자는 컬러 프린터를 갖고 있지만, 돈을 아끼고 싶은 학생들이나 저개발 국가의 연구자들은 흑백 프린터만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가급적 선 스타일도 바꿔주자. 각 데이터가 어떤 것인지 구분해 주기 위해서 범례(legend)도 추가해야 한다. 그림에 넣지 못했다면 그림 아래 캡션에서라도 분명히 적어줘야 한다.
어떤 값이 두 개 이상의 변수로 설명이 되면 고민이 된다. 한 개의 변수를 고정하고 그릴까, 아니면 3차원으로 그릴까? 필자 개인의 생각은 3차원 그림은 의외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지 않고, 보여주기식 그림이라는 것이다. 보기에 예쁠 수는 있는데, 그림에서 데이터를 읽기 너무 어렵다. 반면 2차원에서 그린 그림은 그것이 선이 되었든, 등고선(contour)이 되었든 충분한 정확도로 데이터를 읽어낼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 평면으로 그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림에서 사용한 글자도 생각해볼 점이 있다. 상당수의 저널에서 Times나 Helvetica 같은 폰트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글자 크기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논문이 한쪽에 두 개의 열(two column)이 있고, Science 같은 저널은 세 열(three column)이 있다. 그러나 논문을 투고할 때는 대체로 하나의 열을 사용할 것이다. 이렇게 논문을 준비하면 나중에 최종 PDF 파일을 받아봤을 때 그림의 글자가 너무 작거나, 아니면 너무 클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그림 안의 글자와 일반 글자의 크기가 비슷해야 한다.
그림에 대한 설명은 캡션에서 충분히 해야 한다. 해당 연구를 모르는 일반인이 봤을 때 그림만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캡션에 있어야 한다. 각 범례가 어떤 의미가 있고, 그림 안에 기호가 있다면 그 기호가 무엇인지 적는 것이 좋다. 하나의 그림 안에 여러 그림을 넣는 경우들도 많은데, 그때는 그림마다 알파벳 소문자로 a, b, c 순서로 그림 안에서 표시해주고, 각 그림이 무엇인지 캡션에서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논문은 한 번 그릴 때 잘 그려두는 게 좋다. 학회 발표에서 쓸 수도 있고, 학위논문에서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그려야 할 수도 있으니, 가급적 폴더 안에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도 같이 두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