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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발표 준비하기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진 않아

by 잔박

학회는 다른 연구자들과 교류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따라서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다른 연구자들의 발표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연구자들끼리 이야기가 잘 되면 공동 연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구두 발표만 있는 작은 학술 행사도 있지만, 규모가 있는 학회는 참석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포스터 발표 시간이 있다. 구두 발표는 다시 일반 발표(contributed talk)와 초청 발표(invited talk)로 나뉜다. 학생들은 포스터 발표나 일반 발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학회에 참석하려면 대체로 등록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연구비의 연구활동비 명목으로 지불할 수 있다. 대체로 일찍 등록하면 학회 등록비를 할인해 주니, 반드시 가야 하는 학회라면 일찍 등록하자. 숙박비나 식비, 여비도 같은 연구활동비 항목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학교마다 지원할 수 있는 정해진 액수가 있으니 확인해 보자. 그리고 학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교통편이나 숙박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너무 늦게 예약하려고 하면 이미 호텔이나 교통편이 동나기도 한다. 학생들은 대체로 돈을 아끼기 위해 여러 명이 같이 숙박하는 것 같다. 필자도 미국 출장 갔을 때는 3~4명이 같이 숙박했었다.


학회에서 발표하고 싶다면 초록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초록은 대체로 A4 한 장 이내이며, 학회마다 정해진 양식이 있을 것이다. 제목, 저자 목록, 그리고 발표 내용에 대한 요약과 인용문으로 구성된다. 그림을 넣는 경우도 있다. 제출 이후 조직위원회에서 초록을 심사하고, 포스터 발표를 하게 할지, 구두 발표를 하게 할지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발표 일정도 배정한다. 예전에는 학회들이 두꺼운 초록집을 주었지만, 요새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간단히 일정만 제본해서 주는 경우가 많다. 발표자는 정해진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서 준비한 발표를 해야 하며, 어떤 학회는 실제로 발표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포스터 발표를 하게 되었다면 배정받은 시간에 출력해 온 포스터를 붙여놓고 앞에서 서 있으면 된다. 포스터의 크기는 대략 90cm(가로)×120cm(세로)이며, 학회마다 정해놓은 크기가 있을 것이다. 안내받은 크기보다 크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작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해서 포스터를 만들곤 했다. 포스터에는 발표 제목, 저자 목록, 배경, 결과, 분석, 결론, 인용 논문 등을 담아야 할 것이다. 포스터 역시 연구비로 출력할 수 있다.


누가 언제 내 포스터에 관심을 가질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성실한 학생들이 한 시간이 넘는 발표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다. 이렇게 하면 내 연구를 알릴 수는 있지만, 다른 발표자들의 발표는 전혀 못 듣게 되어 아쉽다. 필자가 조언하고 싶은 방법은 쪽지에 언제 돌아올지 적어두고, 잠시 학회장을 돌아보고 오는 것이다. 포스터 발표는 심사위원이 있는 경우도 많은데, 심사위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올 것 같으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좋다. 출판된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 포스터나 논문을 A4 종이에 인쇄해서 포스터 옆에 준비하기도 한다.


구두 발표의 경우 여러 발표자가 한 세션에서 같이 발표하며, 좌장이 진행을 맡는다. 세션 시작 전에 발표 파일을 옮겨두거나, 제대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구두 발표를 할 때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컴퓨터에 따라 글자가 깨지기도 해서 PDF도 같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 좌장이 호명하면 앞으로 나가 준비한 내용을 발표한다. 발표 자료는 대체로 논문과 순서가 비슷할 것이다. 첫 슬라이드에서 발표 제목과 발표자 소개를 하고, 왜 이 연구를 했는지 이야기한 후, 방법론을 소개하고 결과를 발표한다. 발표를 요약정리하고, 감사 인사를 하는 것으로 발표를 마친다. 마지막 슬라이드에 “Thank you for your attention”이나 “감사합니다”만 크게 넣는 경우가 많다. 국내 학회에서는 한국어 발표가 일반적이나, 학회 이름에 국제 학회라고 되어 있다면 영어 발표를 하게 될 것이다.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라면 당연히 영어를 쓰게 될 것이다. 발표가 끝나면 좌장이 청중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데, 질문자가 없어 좌장이 직접 질문하는 경우도 많다. 세션이 끝나면 쉬는 시간이 있으며, 이 시간을 활용하여 다른 발표자에게 못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발표는 대체로 10~15분이므로, 모든 내용을 다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모든 내용을 다 이야기하려고 하지 말고, 이 발표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만 잘 전달하자. 시간을 지키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발표 연습을 안 해보면 너무 일찍 끝나거나, 너무 길게 발표해서 중간에 그만둬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여러 번 연습해서 시간을 잘 맞추는지 확인하자. 필자는 실제로 발표할 때 연습할 때보다 말이 너무 빨라져서 더 준비하곤 했다. 수식이나 글씨가 잔뜩 있는 슬라이드 역시 좋지 않다. 수식을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하기 굉장히 어렵고, 글자도 많은 경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필자는 인용을 제외하면 모든 글자의 크기를 16포인트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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