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구실 발표 준비하기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다

by 잔박

자 이제 대학원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상상해보자. 학교에 따라 기숙사에 들어갈 수도 있겠고, 자취를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아니면 부모님 집에서 다닐 수도 있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 연구실로 출근할 것이다. 책상이 있는 사무실과 실험 장비가 있는 연구실이 분리되어 있을 것이다. 연구실 규모가 작다면 지도교수로부터 직접 배울 수도 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연구실 선배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자신을 맡아서 가르쳐주는 연구실 선배를 사수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어느 정도 연구 결과가 쌓인다면, 연구실 그룹 미팅 시간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다. 어떤 연구실은 매주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하기도 한다. 저널 클럽이라고 해서 공부한 논문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지도교수 입장에서 보면 그룹 미팅은 학생들의 연구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지도하는 최적의 시간이다. 동시에 학생이 열심히 연구하는지 안 하는지 판단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새로운 데이터를 가져왔거나, 데이터를 잘 해석해왔다면 학생이 그동안 열심히 한 것이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잘 모른다고 혼날 수는 있지만, 열심히 안 했다고 혼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발표할 것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것을 발표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 이때가 위기다. 만약 지난번 미팅과 달라진 것이 없다면? 과제 책임자로서 인건비도 챙겨주는데,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 짜증이 날 수 있다. 이때 지도교수 입장에서는 별의별 생각이 다 날 수 있다. 학생이 열심히 안 해서 해결을 못 하나? 이 주제를 다른 학생에게 주었으면 더 잘했을까? 어떻게 하면 학생이 더 열심히 하게 만들 수 있지?


학생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연구라는 것이 항상 생각한 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100을 했으면 80만 발표하라고 하기도 한다. 이렇게 5번을 발표하면 다음 1번의 발표 거리를 버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주 수요일에 그룹 미팅이 있다면, 화요일 오후부터 얻은 데이터는 그다음 주에 발표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한 번은 충분히 고민한 내용만 발표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어떨 때는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발표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좋은 결과부터 발표하는 것이 무조건 낫다. 그룹 미팅 발표는 기승전결을 따져야 하는 영화가 아니다. 지도교수는 당신의 발표 내용 전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쁜 이야기부터 들으면 걱정부터 하게 된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나쁜 이야기가 있더라도 학생이 잘하고 있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다.


발표 중간중간, 혹은 끝나고 나서 지도교수와 연구 결과에 대해 토의하게 될 것이다. 토의가 길어진다면 지도교수가 생각하기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때 지도교수가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전에 발표한 내용을 보여달라고 할 것이다. 한 주제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하나로 준비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별다른 질문이나 조언받지 않기도 한다.


어떨 때는 교수가 해보라는 것을 해봤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사실 많은데, 학생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라는 게 원래 교수도 답을 모르는 것이다. 박사 학위를 받을 때가 되면 학생이 적어도 그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더 알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러니 지도교수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구나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교수가 해보라고 하면 일단 해보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빨리 알려주는 게 낫다. 잊지 말자, 어찌 되었든 당신 논문의 책임 저자는 지도교수다.


keyword
이전 10화내 인건비는 누가 챙겨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