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세요!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필자는 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기본적인 언어 능력과 전문성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능력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말하기, 듣기
말하기 듣기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대화를 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학창 시절에는 대화의 중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 수업 시간에는 대체로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이라 대화를 했다고 할 수는 없다. 교과서 공부도 읽기 능력과 관련이 더 깊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대화를 통해서 얻는 지식의 양이 늘어나며, 학계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시간에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이 된다.
제대로 된 연구실이라면 지도 교수와 연구 주제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학생들은 지도 교수가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기 쉬워 많은 것들을 빼먹고 이야기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석사 때는 대체로 어려운 주제를 주지 않기 때문에 지도 교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이 한 일을 이해하는데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지도 교수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지도 교수가 이해를 못 한다면 일반 청중들은 전혀 이해를 못 한다고 봐야 한다. (일반 청중은 당신의 발표를 지도 교수만큼 많이 접하지 못했지 않은가?)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면 중간중간에 생략하는 내용도 많을 것이다.
학회 발표도 말하기를 연습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자. 당신의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다른 것들도 타인이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을 몇 번 발표하다 보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질문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은 잘 메모해 두고 본인이 어떤 점을 설명하지 않았는지 반성하자. 처음에는 잘 티가 나지 않지만, 발표할 때마다 개선해 나간다면 졸업할 때는 발표를 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쓰기
대학원 기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절차적으로 봤을 때는 박사 학위 심사에 필요한 두 가지, 디펜스라고 불리는 논문 심사 발표와 박사 학위 논문이 중요하다. 발표는 말하기 듣기와 관련이 깊고, 논문은 당연히 쓰기를 잘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원에서의 쓰기는 여러분들이 학창 시절에서 배웠던 것과 많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무래도 그 깊이에 있다. 대학생 때까지는 아무리 길어도 A4 10장 이상의 글을 잘 쓰지 않지만, 석사 학위나 박사 학위는, 분야에 따라서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100쪽 이상의 긴 글을 쓰게 된다. 길이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만큼 한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연구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긴 글을 적으려면 아무렇게나 적으면 길을 잃기 쉽다. 생각나는 대로 적으면 쓸데없는 부분을 길게 적고, 중요한 부분은 짧게 적게 될 수 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하지 말고, 먼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낫다. 즉, 목차를 먼저 적고 시작하는 것이 낫다. 이는 Whiteside 교수님이 쓴 Whitesides' Group: Writing a Paper라는 글에도 잘 적혀있다. 대가의 글이고 길이도 길지 않아 일독을 권한다.
글을 잘 쓰려면 매일매일 글쓰기 연습을 하라고 하지 않던가? 짧은 글을 많이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필자는 블로그를 열심히 써왔는데, 특히 친구들과 대화할 만한 소재를 글로 적었다. 어떤 소재든 간에 최소한 한 두 문단 정도 작성하였는데, 글로 적으면 기억에 깊이 남아 친구들과 대화할 때 써먹을 수 있었다.
전문성
석사 기간 2년은 주어진 주제를 잘 수행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즉 지도교수의 손발이 되어 연구를 잘 수행해야 하며, 이렇게 하려면 연구에 쓰이는 도구들을 마스터(master)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석사를 보면 연구 도구를 잘 다룰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박사는 다르다. 박사는 어느 정도 토의를 할 수 있고, 스스로 연구 주제를 발굴하기도 하며, 연구를 상당 부분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스스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논문도 많이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