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위에 그림을 그렸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은 작업들.
그걸 정성스럽게 소포장해, 편의점 택배를 통해 CJ대한통운에 맡겼다.
하지만 배송은 지연되었고, 수차례 고객센터에 문의해야 했다.
40일이 지나서야 보상 담당자의 전화가 왔다.
“발송하신 택배가 분실되었고,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분실된 물건이 예술품이라는 얘기를 꺼내자,
이번에 한해 소급 적용으로 판매 금액만큼만 보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덧붙인 말.
“원래부터 예술품은 보상 대상이 아닙니다.”
당황스러웠다.
혹시라도 나중에 택배가 발견되면 보상받은 금액은 반환해야 한다는 말에
무조건 반환하겠다고 하고 통화를 끊었다.
그 그림은 내 작품을 응원해주신 분께 판매한 것이었다.
그림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아팠지만,
그렇게 허탈하게, 아무 설명 없이 사라졌다는 게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예술은 포장될 수는 있지만, 시스템은 그것을 단지 ‘물건’으로만 본다.
내가 그린 건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기억과 감정, 그리고 영감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시간의 조각이다.
하지만 그건 ‘배송 조회’로는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