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와 작가, 신뢰라는 이름의 우정

by 색감여행자

아트페어에서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을 보기 위해, 익숙한 한 갤러리를 찾았다.

이번에 선보인 신작은 그간의 세일즈 흐름과는 확연히 달랐고,

작가님 특유의 세계 안에서 새로운 시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상업 공간인 갤러리, 그리고 아트페어라는 한정된 문맥 안에서

어떻게 이처럼 낯설고 실험적인 작품을 수용하고,

오히려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을까.


그 답은 결국 갤러리와 작가 사이의 신뢰에서 나왔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좇지 않고,

작가가 가진 깊이와 잠재력, 그 가능성 전체를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 역시 그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작품 자체의 미감뿐만 아니라,

그분이 펼쳐내는 세계관의 깊이와 그 확장성에 있다.

작가 한 사람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

그리고 그 세계를 지지하는 갤러리의 태도가

나에게는 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또 다른 갤러리에서는

대표가 어린 작가에게 존댓말조차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작가의 가능성이나 철학보다도,

그의 흥행성만을 보고 관계를 맺은 듯한 기류.

단지 작품이 잘 팔릴 것 같다는 이유로 픽(pick)된 것 같은 그 공기 속에서

나는 다시금 느꼈다.


존중받는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참 아이러니하다.

무례를 겪은 그 작가 또한 매우 잠재력 있는 작가였으니까.


생각해보면, 작가가 없다면 갤러리도 존재할 수 없고,

갤러리가 없다면 작가의 생존 역시 쉽지 않다.

비즈니스로 엮인 관계일지라도,

예술의 언어는 결국 배려와 신뢰의 언어일 때 가장 깊이 전달된다.

그 우정 같은 태도가, 작품 너머의 예술을 지켜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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