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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롱타임 출퇴근

by 색감여행자

독거 전세 청년으로 산 지도 어느덧 10년 차.

집주인은 “오래 살게 해줄게요” 했지만, 역시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전세대출 연장 시즌이 다가오던 어느 날, “집을 팔겠다”는 연락이 왔다. 대출 연장에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했고, 은행에서도 확인 전화를 해야 대출이 승인된다. 그렇기에 나는 전세 대출 연장이 안되고 이 집에서 더이상 거주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급하게 집을 나서게 되었고, 결국 새롭게 이사했던 빌라 생활은 계약서대로 2년 만에 끝을 맞이했다.

그렇게 나는 본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두 배가 되었다.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 안에서 이렇게 먼 출퇴근을 경험할 줄이야.

편도 40분이었던 출퇴근이 이제는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아침마다 집을 나서는 순간, 마치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노원구 상계동(집) → 버스 → 상계역 → 서울역 → 영등포역 → 버스 → 회사(문래동)]
이 긴 여정이 매일 반복된다.

서울 북동쪽에서 남서쪽까지, 거의 서울 한 바퀴를 도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출퇴근길이 길어지면서 깨달은 점이 3가지가 있다.

- 출퇴근이 짧을 때는 몰랐던 행복

- 하루의 피로가 배로 증가
- 시간이 줄어드는 삶의 만족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하나 좋은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


부모님은 매주 한 번만 오시니, 사실상 “마이 하우스” 같은 느낌이고 "이 넓은 서울, 경기 하늘 아래에서 언젠가는 내 집을 찾겠지"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내 롱롱타임 출퇴근은 계속될 예정이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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