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울타리 안에서 더 멀리

지키고 남은 것들에 대하여

by 민도혁

이 글들을 쓰는 동안, 나는 내 선택을 정당화하려 하지 않았다. 이미 선택은 끝나 있었고, 삶은 그 위에서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선택들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스스로에게 정확히 말해두고 싶었다.


울타리를 만들었다는 말은 종종 오해를 부른다. 닫혔다거나, 포기했다거나, 물러섰다는 식의 해석들. 하지만 내게 울타리는 멈춤이 아니라 유지였고, 단절이 아니라 지속을 위한 구조였다. 무너진 뒤에 다시 세운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미리 그어둔 선에 가까웠다.


이제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크기를 안다.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흘려보낼지에 대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그 확신은 대단한 용기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오래 버티며 얻은 감각에 가깝다. 지나온 시간들이 내게 남겨준 것은 결단이 아니라 기준이었다.


이 기록은 나를 설명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다만 내가 어떤 선택 위에 서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 선택이 지금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고 있는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이 있다면, 우리는 이미 같은 질문 앞에 서본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울타리 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전보다 훨씬 멀리까지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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